① 현장전문가 기고 다시보기

 

② 중간교사 인터뷰 다시보기

 

③ 중간교사 활동현장 다시보기

 

아르떼진 6월 테마기획 마지막 회는 광주 대인시장 프로젝트 김소연 멘토와 중간교사 4인의 허심탄회한 좌담회를 소개한다. 프로젝트 운영자이자 팀원, 때로는 강사가 되어 현장을 이끌어온 양지애, 장수연, 한선미, 김미송 씨는 각기 전공분야와 역할은 달라도 중간교사의 역할에 대한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었다. 대인시장 내 문화공간 ‘상상의 곳간’에서 멘토와 중간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중간교사로 살아가기, 그 많은 생각

 

장수연_ 김소연 멘토와는 자주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한 시간이 길다 보니 마음먹고 토론하려니 왠지 쑥스럽네요. 그래도 오늘은 한선미 선생님을 비롯해 언니들이 함께하니 제대로 우리 중간교사들의 고민을 토로해볼까 싶습니다.

 

김소연_ 수연 씨 말에 왠지 겁이 나는데요. 하하~ 앞서 말하자면 저는 여러분들보다 나이가 좀 더 많고 활동경험이 더 많다는 것뿐이지 저도 지금 멘토가 있다면 제 고충을 토로하고 싶답니다. (웃음)

 

장수연_ 늘 겸손하신 김소연 멘토께 저는 오늘도 칭얼거리며 고민상담을 하겠습니다. (일동 웃으며 동의) 평소에도 우리 중간교사들은 지금 현재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미래 우리 위치에 대한 고민을 많이 나눠요. 특히 저처럼 아직 대학생인 경우에는 진로 문제를 무시할 수 없거든요. 지금 중간교사로서의 활동이 스스로에게는 자양분이 되고 좋은 경험이지만 스스로를 통제하며 자기발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직 힘들 때가 많아요. 덧붙여 이 활동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도 고민이고요.

 

김소연_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지만 명쾌한 답이 없는 고민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하는 일들이 의미 있는 일이지만 직업이라 말하지는 않으니까요. 강의하는 시간 동안은 선생님이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오고, 지난 시간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끼기도 하죠. 의미부여가 힘들어지는 거에요.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무어라 불러야 할지 고민도 하게 되고. 아마 중간교사라는 말도 그런 고민 속에서 나온 단어일거에요. 직업과 소득을 고민한다면 우리의 일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지만 이 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한다면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김미송_ 사람들이 우리 교육현장을 신뢰하지 않을 것 같다는 고민도 들어요. 문화예술교육은 학교와 달리 정규수업내용이 정해져 있지는 않잖아요.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그 순간을 즐겁고 보람되게 보내는 것만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설득을 할 때 사실 스스로도 의문을 가질 때가 있어요. 특히 제 수업을 함께하는 아이들의 반응이 시원찮을 때 그런 고민을 많이 해요.

 

김소연_ 문화예술교육은 대부분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공익사업인 경우가 많죠.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보다 과정 자체에 의미를 더 크게 부여하잖아요. 제가 중간교사의 역할을 할 때엔 사람들이 종교단체에서 나왔냐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종교단체의 봉사활동 개념으로 생각한 거죠. 숫자로 보이는 결과를 중시하기 보다 그 과정과 변화에 중점을 두면 확신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예전에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아이들은 일반계 고교 친구들에게 보이지 않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목표였죠. 프로젝트가 끝난 후 학생 한 명만 문화예술을 하고 싶다며 진로를 바꿨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일로 돌아갔어요. 하지만 자신의 일에 더욱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소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우리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을 만들거나 수치로 환산되는 통계자료를 얻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어떠한 영향을 받았을까를 되새기며 신뢰감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이의 발전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

 

양지애_ 저는 대인시장 레지던스 작가로 활동하며 매개자들을 알게 되었고, 저 또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중간교사라 불리게 되었어요. 저는 사진 전공을 하고 있어서 미래에도 예술현장에 몸담고 있겠지만, 우리가 활동하는 이 현장이 지속 가능할 것인가가 더 고민이에요.

 

김소연_ 문화가 있는 한, 문화예술교육 현장도 함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일하는 시장은 자극이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공간은 아니죠. 흔히 ‘일상’이라 말하는 공간인데, 이곳에서 색다른 것을 발견하고 알려주며 초대하는 것이 우리 매개자와 중간교사들의 역할이지요. 시장 상인들이 직접 사람들에게 이 곳을 알린다면 좋겠지만, 생업에 종사하시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해요. 그래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에요. 이제 대인시장은 상인이 있고, 예술가가 있고, 오랜 건축물과 역사가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잖아요. 지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고, 새로운 현장을 찾아내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라 생각해요.

 

한선미_ 저는 종종 그런 상상을 해요. 우리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초등학생들이 5~6년 뒤 고등학생이 되어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이야기 하는 거에요. 모두 다른 초등학교를 졸업한 고등학생들이 ‘나는 대인시장에서 먹을거리 체험을 했어’, ‘나는 골목투어를 했었는데’ 라고 회고하며 시장에서의 추억을 말하는 것을 상상해 보곤 하죠. 이 아이들은 시장을 분명 가깝게 느낄 것이고 다시 찾을지도 몰라요.

 

김소연_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쩌면 한선미 선생님이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겠네요. 분명 그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 대인시장 프로젝트를 재미있었다고 기억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스스로 재미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찾을 것 같아요. 그럴 수 있다면 새로운 중간교사들도 탄생하겠지요. 저 또한 멘토가 있었고 10년 전에 여러분들과 비슷한 고민을 한 것처럼요. 그 때가 되면 여러분들이 저처럼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있겠지요?

 

양지애_ 아이들이 우리 프로젝트를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간교사들은 끊임없이 고민하잖아요. 아이들이 시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을까, 관심을 가지게 될까…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우리 중간교사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때로는 남을 위해 일하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나 고민하기도 하죠.

 

김소연_ 중간교사들의 이러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거에요. 때로는 함께 즐겁다가도 누굴 위해 이 일을 하는가 고민하죠. 프로그램 진행이 의도한 바와 멀어질 때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과정 모두가 마치 화학작용과 같다고 생각해요. 의도하지 않은 과정이 생기고 결과가 보인다 해도 모두 추억이 되고 교감의 일부가 되는 거죠. 중간교사들에게도 이러한 예측불능의 과정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싶네요.

 

중간교사의 역할

 

장수연_ 중간교사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 걸음 떨어져 고민했을 때 비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활동을 하며 느낀 것은 네트워크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특히 예술강사의 역할과 겹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술강사와 연합해 좀 더 구체적인 역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김소연_ 예술강사들은 이미 정의된 용어가 있어요. 하지만 중간교사는 그 역할부터 이름까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죠. ‘중간교사’라는 말도 그런 고민에서 나온 정의 중 하나일 텐데, 저는 우리 중간교사들이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전문성은 자격증처럼 증명할 수 있는 방안도 없고 우리 스스로도 늘 고민하는 것이죠. 지루하고 답답한 과정일지 모르지만, 이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갈 것이고 꼼꼼히 논의될 거에요. 10년 전처럼 우리를 종교단체로 오해하는 사람은 없어졌잖아요? 이렇듯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답니다.

 

김미송_ 우리는 누군가의 감수성과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자극해 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아주 말썽꾸러기였던 남자 초등학생이 제게 ‘저는 다음 세상에 태어나도 선생님 같은 선생님을 만날 거에요’라고 말했을 때, 알 수 없는 책임감과 감동을 느꼈어요. 저는 진짜 교사는 아니지만 이런 아이들에게 어떠한 사명감을 느꼈죠.

 

김소연_ 여러분들은 중간교사라는 이름을 갖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미송 씨 말처럼 진짜 교사는 아니죠. 그래서 고민도 더 많고요. 10년 전 제가 여러분의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저의 멘토에게 비슷한 고민들을 토로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제 멘토가 한 말이 지금까지 저에게 힘이 되곤 해요. ‘지금 네가 말한 고민, 나도 아직까지 하고 있어!’ 별 것 아니라는 듯한 그 한 마디가 제겐 큰 힘이었어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저 또한 여러분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우린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현장이 바뀌기에 결코 정체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죠. 하지만 스스로의 균형감각을 가지시길 바래요. 끊임없이 남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이 때문에 우리 자신을 잊어서는 안되죠. 함께 채워나가며 동반 성장하는 존재, 그것이 중간교사가 아닐까요.

 


 

글_노수경  사진_정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