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한민국, 오디션 전성시대 ① 오디션 현장취재 다시보기
2011 대한민국, 오디션 전성시대 ② 전문가 진단 다시보기
 
 
하나. 오디션 심사위원 이야기

살아있는 배움의 현장, 오디션

지휘자 서희태 명예교사

 

서희태 명예교사는 최근 대중가수들이 오페라가수로 변신, 서바이벌 오디션을 펼치는 ‘오페라 스타’ 심사위원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심사를 펼친 바 있다. 그 자신 젊은 시절 수없이 많은 오디션 자리에 섰으며 이제는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터. 서희태 명예교사에게 오디션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물어 보았다.

 

서희태_ 문화예술의 경우 무명이 ‘주류’로 편입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힘들죠.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오디션 기회를 꾸준히 기다려야 하는데, 저만 해도 젊었을 때 그 시간을 견딘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강타한 오디션 열풍은 공정한 기회를 쉽게 주지 않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스스로의 재능을 드러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오디션이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에겐 오디션이 ‘기회’인 것입니다.
 

서희태 명예교사는 ‘가능성’이라는 단어로 오디션의 가치를 설명한다.

서희태_ 기회에 목말라 있는 평범한 사람들, 꾸준히 연습하며 무명 시절을 견디고 있는 그들이 ‘가능성’에 대한 꿈을 꾸게 되는 순간이 바로 오디션이라는 거죠. 주류로 편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 내 재능을 누군가 알아 볼 것이라는 가능성… 오디션은 그들에게 가능성의 문을 열어 주지요.

 
 

 

서희태 명예교사는 심사위원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기준에 의거한 심사라고 말한다.
 

서희태_ 사실 근자의 대중문화 오디션은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강하고 자극적이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오디션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오디션 응시자들의 마음에 바람이 들고 사행심도 자꾸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이 공정한 기준에 의거해 정확히 심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가능성 있는 사람, 자기 자신을 열심히 갈고 닦은 사람이 누구인지 엄격한 평가를 해야겠지요.

 

더불어 ‘진짜 오디션’은 오디션이 끝난 후부터 시작된다..

 

서희태_ 오디션 합격 후 대중 앞에 나서는 순간 진짜 오디션이 시작된다고 보아야 해요. 대중은 전문 심사위원과 달리 또 다른 의미에서 엄격한 심사위원입니다. 전체적인 조화와 구조감을 파악하는 데 대중만큼 정확한 심사위원이 없다는 겁니다. 비전문가들의 평가에서도 살아 남아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오래 활동하는 예술인이 되는 것이 진짜 오디션의 승자가 되는 것이지요. 오디션을 통과한 합격자들에게 꼭 해 주고픈 이야기가 이것이에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승자가 된다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 대중 속 진짜 오디션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고.

 

서희태 명예교사는 오디션이 한 개인의 삶을 바꿔 놓는 경험이자, 성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희태_ 기회를 필요로 했던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이 현재 어디까지 성장했는지 스스로의 좌표를 확인하고 재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디션은 개인의 삶을 바꾸어 놓는 경험입니다. 오디션은 스스로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죠. 그래서 모든 오디션은, 심지어 탈락의 쓰디쓴 경험까지도 가치있고 교육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화’의 경험을 가진다는 것은 그 결과가 어떻든 한 개인을 성숙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또한 오디션은 개인을 성장하게 합니다. 강의실에서 배우는 화석화된 지식이 아니라 필드에서 직접 경쟁하면서 몸으로 익힌 살아 있는 지식을 얻게 되죠. 긍정적인 의미의 경쟁을 통해 책으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고 한층 더 깊이있는 자기 자신이 된다고 생각해요.

 

둘. 오디션 참여자 이야기
진짜 오디션은 이제 시작이다
‘위대한 탄생’ 가수 손진영 & 이태권 씨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 배출한 신인 스타 손진영 씨와 이태권 씨. 아직은 가수라는 이름이 낯설고 어색하긴 해도 이들은 지금 ‘오디션 그 후’의 삶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손진영_ 살면서 오디션을 많이 봤고, 그만큼 낙방의 경험도 많은데요. 오디션에 자꾸 떨어지다 보니 스스로 ‘나는 안되나봐’하고 낙오자의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오디션에 통과하고 보니 이것만 되면 다 될 줄 알았던 게 참 짧았던 생각이구나 싶어지네요. 오디션 합격 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습니다. 이제부턴 온전히 제 몫이다 싶은 부담감이 느껴지네요.

 

이태권_ 재수생활을 하던 중, 합격할 거라는 기대는 단 1%도 하지 않은 채 오디션에 응모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디션 보는 동안 아마추어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은데요. 이젠 정말 가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 드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디션은 이들 두 사람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영향을 주었다.

 

손진영_ 일단은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감격스럽습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인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특히 멘토인 김태원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모든 것이 과정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현실에 꿈을 뺏기지 않았고 한발 더 전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지요.

 

이태권_ 오디션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얻었지요. 지금도 김태원 선생님을 비롯한 대선배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사실이 꿈만 같습니다. 평생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단기간에 겪은 것 같아요. 대학에서도 배울 수 없는 귀한 것들을 많이 배웠어요. 오디션에 참여하지 않고 대학에 갔더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웃음). 무엇보다 무대에 섰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노래하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영광입니다. 진영 형이 용기를 얻었다면 저는 행복을 얻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매주 오디션을 겪는 동안 손진영 씨와 이태권 씨는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

 

손진영_ 오디션 기간 동안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동료, 그리고 멘토 선생님께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많이 힘들었어요. 스스로 잘 하고 싶은데 그게 되지 않아 힘들고, 잘 못하는 제 자신이 멘토 선생님까지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 그럴 때마다 동료들이 격려해 줘서 털고 일어날 수 있었지요. 나를 믿어주는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 자신이 좀더 강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오디션 현장에서 동료애를 배웠고, 나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태권_ 진영이 형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더 잘해 줄걸~ (손진영, 이태권 웃음) 전 그냥 1등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매 회마다 지도를 받고 문제점을 해결할 때가 좋았어요. 처음엔 무척 꾸지람 하던 선생님께 조금씩 칭찬을 들을 때 ‘아, 내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라고 느꼈지요. 또한 오디션 동료들과도 긴장의 순간을 함께 이겨내다 보니 끈끈한 우정이 생겼어요. 경쟁자라는 생각보다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이들이 미래의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손진영_ 내 꿈에 대한 간절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거 아니면 다른 거 해야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야 절박함이 생깁니다. 그 절박함이 있어야 나의 100%를 보여줄 수 있지요.

 

이태권_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작할 때만 해도 첫 번째 오디션에만 합격해도 좋겠다 바랐던 사람들이 갈수록 그 마음을 잃어 가더라고요. 또한 심사위원들을 믿고 따르는 마음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비록 나에게 쓴 소리를 하거나 나쁜 결과를 준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은 나보다 먼저 어려운 길을 간 사람들이잖아요. 그 분들의 평가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아요.

 

손진영 씨와 이태권 씨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떤 것일까.

 

손진영_ 저에게 오디션은 ‘외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또 다시 힘든 일이 있어도 오디션을 통해 얻은 경험, 그리고 동료를 통해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추운 날이 와도 두렵지 않은 따스한 외투 한 벌이 생긴 것 같아요.

 

이태권_ 이태권 ‘꿈을 향한 도약대’라고 해야 할까요? 내 꿈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 준 계기가 바로 오디션이니까요. 스스로에게 항상 자신이 없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저를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든 계기라고 생각해요.

 
 

 
글_박세라.김지혜
   사진_정민영.김병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