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인력 역량키움’은 이번이 세 번째 연수입니다. 반기에 한 번씩 진행되니 햇수로 2년 째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운영의 큰 부분이 17개 지역 문화예술교육센터 중심으로 이전 되면서, 각 센터 간의 최신 정보와 운영 노하우 공유, 관리능력 향상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문화예술교육 운영정책과 현장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기획, 관리자의 역량 강화에도 점차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이에 대응하고자 각 지역센터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 과정이 지난해부터 신설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연수 참가자들은 개인의 관리, 기획 역량의 확대와 함께 서로 문화예술교육와 밀접한 사회의 다양한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학교 문화예술교육 이슈를 교환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됩니다. 지난 8월 28일부터 29일까지 1박 2일간 ‘행정인력 역량키움’ 연수에 참여한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임진아 팀장과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박은정 팀장을 만나 이야기 들어보았습니다.

 

 

행정가라면 ‘분석력’을 갖춰라

 

Q. 어떤 계기로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나요?

 

임진아(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_ 대학 졸업 후에 시(市)위탁미술관과 사설미술관에서 각각 5년씩 10년간 큐레이터로 일했습니다. 2011년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옮겨 이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 1~2년 너무 힘들었어요.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판을 벌려 놓고 보고 싶으면 와서 보라는 기획이라면, 문화예술교육은 내가 현장에 다가서야만 하는 기획이라고요. 그 차이를 알게 되는데 2년이 걸린 셈입니다.
하지만 큐레이터로서의 기획능력은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행사들을 경험해 보니 예술가가 하는 행위 자체가 ‘교육’이더라고요. 큐레이터 때 생긴 나름의 안목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함께할 수 있는 예술가들을 알아볼 수 있었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기획과정에 끌어들이다 보니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작가가 제게 ‘문화예술교육으로 예술을 잘 풀어내고 있지 않느냐’라고 칭찬을 하더군요. 뿌듯했습니다.

 

박은정(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_ 저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10년간 풍물강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목마름이 생겼어요. 강사만 해서는 안되겠다 싶었죠.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극단을 만들고, 운영을 하면서 공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2008년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자체 협력사업 중 소외계층 사업공모에 선정되면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판’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강습을 하면서 경비도 지원한다’는 꿈 같은 이야기에 혹했죠.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풍물 강의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저뿐 아니라 단원들도 힘들어 했던 것 같아요. 공연만 하던 사람이 ‘교육’을 가볍게 여기고 덤벼들었다가 큰 코 다친 격이었어요. 교육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몰랐던 거죠. 나름 기획도 하고 연수도 받고 해서 준비를 했는데도 초보자로서 힘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 즈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사회교육팀의 전문가 평가위원단이 우리 단체를 찾아왔어요. 평가위원이지만 고압적인 태도로 평가를 한다기 보다 실제 과정 기획과 운영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해 주셨어요. 그때를 계기로 프로그램이 변화하고 진화하기 시작하였고 2010년 제가 소속되어있던 단체가 거점네트워크로 전환되면서 급격히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만나면서 물 만난 셈이죠. 그 동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문화예술교육’이었습니다.

 

Q. 문화예술교육 행정가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요? 또,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요?

 

임진아_ 아직은 행정가라는 이름이 조금은 어색한데, 스스로는 기획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심이 되는 역할은 ‘사람과 지역을 중앙의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연결하는 것’ 입니다. 그런 행정가에게 가장 요구되는 부분은 ‘분석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트렌드, 미래사회 전망과 현재를 연결시킬 수 있는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정책과 현장을 적절하게 연결시키는 것도 중요한 역할인데 여기에는 기획, 행정가의 분석력이 기본이 됩니다.
또, 정책과 현장 사이의 매개 역할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중재 능력이 필요한데요, 저 같은 경우 교육과정을 기획에서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반드시 간담회를 갖고 있습니다. 내가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놓칠 수 있는 것이 많은 것이 이 분야 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사무실 밖에서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하고 이것을 끌어들여 지역으로 환원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은정_ 행정가에게는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를 대하는 마음이 변해야 현장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람직하게 갖출 수 있죠. 사실 이런 부분은 행정가 업무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놓치기 쉬워요. 그러나 아르떼 아카데미와 같은 연수에 참여하고 나면 확실히 달라집니다. 물론 연수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지요. 현장을 체험하는 것과 체험하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저 역시 더 좋은 자질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고요.

 

 


 

아르떼 아카데미를 통한
우수 교육프로그램 공유와 인적자원 교류의 확대

 

Q. 두 분에게 이 연수는 어떤 의미인가요?

 

박은정_ 우리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꺼내놓을 자원이 소진되고, 결국 새로움을 잃게 돼요. 이 연수 중 문화예술관련 사회 트렌드 강의가 좋은 이유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또, 연수 초기에는 조직관리와 같은 관리운영 기법 중심으로 배웠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당시 구체적인 관리 방식을 잘 몰라 너무 주관적으로 조직을 관리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어요.

 

임진아_ 총괄팀장인 저에게 이 연수는 재충전과 힐링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업무에 지쳤을 때, 기획의 아이디어가 고갈되었을 때, 가장 바쁜 시기에 잠시 한숨 돌리면서 연수에 참여하게 돼요. 큰 쉼표가 되어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돌아가죠.

 

Q. 지난해, 행정가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어떤 것들을 배우게 되는지요?

 

임진아_ 작년에는 조직관리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그런 연수도 총괄팀장으로서 인력관리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제가 속한 곳이 기업이나 국가기관은 아니다 보니 이런 기회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이죠. 인력관리는 좁은 조직에서 더 필요해요. 이런 문제로 시달리다 정작 중요한 창의력과 기획력이 떨어지게 되거든요.

 

박은정_ 최근에는 세계를 다양하고 넓게, 새롭게 보는 과정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현장의 필요성을 제대로 읽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실제 현장에서 팀장으로 지내다 보면 현안에 바빠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거든요.
작년에는 사회 트렌드로 ‘빅데이터’를 다루었는데 이런 분야는 혼자서 공부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때그때 기민하게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니 도움이 많이 됐죠. 한마디로 발 빠른 대응이 좋아요. 이런 식으로 현장의 요구를 잘 반영하면서 연수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간 인터뷰를 통해 만난 많은 분들이 아르떼 아카데미의 가장 큰 장점으로 ‘네트워킹’을 꼽았습니다. 행정가 분들 역시 다른 지역, 기관에 계신 분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연수 이후에도 교류가 지속되는 편인가요?

 

박은정_ 저는 다른 무엇보다 이 연수를 통해 중앙기관인 진흥원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싶어요. 전보다 진흥원이 더욱 현장지향적으로 바뀌어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고민에 응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임진아_ 올해는 사정이 생겨 참석이 어려웠지만, 지난 연수에서 진흥원 팀장이 모두 참여해서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누었어요. 그 이후 서로 통화를 해도 안면이 있어서 좋았죠. 그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큰 가치가 있는 연수입니다.
서로 공통된 일을 하는 사람끼리 정보교류의 네트워크가 생긴 점은 상당히 고무적 입니다. 같은 문제의식, 운영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회가 되는 거죠. 단적인 예로 강사를 구하려 해도 직접 강의를 들어보지 못하고는 알 수 없잖아요. 그런데 센터 별로 추천을 받으면 신뢰할 수 있어요. 우수 교육프로그램의 공유와 인적자원 교류의 확대는 더욱 넓혀가야만 하는 영역인데 이 연수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뜨거운 행정가를 꿈꾸며

 

Q. 아르떼 아카데미가 행정가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연수가 되려면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할까요?

 

임진아_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보다 세분화된 선택지가 있어서 필요한 과정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행정가들을 위한 기획 연수도 있다면 지금보다 더 도움이 많이 되는 교육이 되리라 생각해요. 아직 우리 현장의 현실이 행정과 기획을 나눌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향후를 위한 대비 정도로 여겨준다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내가 현장에서 배워야 할 것이 생기면 필요 과정들을 조합해서 연수를 제안하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부분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이상적인 연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박은정_ 센터 직원들의 경력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이 일을 시작하다 보니 교육 현장을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현장의 고민과 어려움을 잘 모르니 예술단체와 사업을 진행하려 할 때 현장의 객관적 상황이나 진심을 제대로 못 읽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연수를 통해 현장의 현실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방법론 같은 것들도 알려 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역에서 연수를 하다 보면 이렇게 모여서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식이 없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예술체험은 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일어나게 되는데 우리가 받는 연수도 ‘집체 교육 이외의 또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 되묻게 되요. 현장에서 바로 바로 참고할 수 있는 멘토 역할을 누군가 지속적으로 해 주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워낙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누군가 채용되면 의무연수과정으로 받게 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정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Q.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시행된 지, 내년이면 10년이 됩니다.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발맞추어 행정가로서 두 분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임진아_ 제 에너지가 제대로 값있게 사용될 수 있는 곳을 찾아나선 덕분인지, 그 동안 행정가로서 활동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지역에도 문화재단이 생겨서 지금보다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해 보고 싶습니다. 조금 멀리서 큰 그림을 그리며 현장에서 땅을 밟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더 효율적으로 반영되게 하고 싶습니다.

사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4년간 저희 팀원이 한 명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이 경험과 사례를 정책에 좀 더 깊게 반영해 봤으면 합니다. ‘정책 진정성’을 찾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박은정_ 사실 4년간 팀장 경험을 해보니 싫증이 나는 부분이 있었어요. 매일 틀 안에서 맴돌고, 온 정성을 쏟아 기획했던 교육과정이 장기적인 성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이벤트처럼 끝나버리니 허탈하더군요. 지금보다 현장에서 좋은 교육사례를 직접 실행으로 옮기는 일을 더 해보고 싶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이, 중간의 행정 영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현장이 매우 달라집니다. 그 중요성도 잘 알지만 현장에서 부대끼면서 과정을 직접 진행하려고 해요. 울산지역 문화예술 단체들의 토양이 많이 척박한 편인데, 지역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젊은 피들과 성공사례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늦게까지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임진아, 박은정 팀장의 예술현장에 대한 치열한 인식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교육은 성장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절심함을 가슴 깊이 이해하는 문화예술행정가와 정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일 것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정책적인 측면을 관통하여 이해하기 힘들고,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기 쉽다. 정책과 현장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면 결국 제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이상에 머물 뿐이고, 현장과의 괴리감만 깊어간다. 행정가들의 역할이 바로 현재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파악하여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 수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분석력과 중재력, 기획력을 골고루 갖추어야만 제 몫을 할 수 있는 역할이다. 향후 더 많은 소통과 배움의 기회가 마련되어 이들 행정가의 잠재력을 끌어내 보다 현명한 정책 수립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탬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임진아

임진아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시(市)위탁미술관과 사설미술관에서 10년간 큐레이터로 근무했다. 2011년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접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의견들을 문화예술정책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이자 관리자를 목표로 하여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박은정

박은정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동아리에서 활동한 이력으로 풍물강사를 지냈다. 그리고 극단을 만들어 활동하던 중 2008년 지자체 협력사업 중 소외계층 사업 공모에 당선되어 문화예술교육 ‘판’을 만났다. 2010년 거점네트워크로 전환되면서 급성장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취재·사진_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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