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사회문화예술교육③]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원 단체들로부터 듣는다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가능성과 기대효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문화예술교육을 사회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례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문화예술교육 지원 역시 이러한 시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사회취약계층 대상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은 모든 국민이 주체적인 입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기회를 누리게 하기 위해 2005년 문화관광부의 의해 추진되었다. 지원방식은 문화예술교육 관련 단체들 중 일부를 공모방식으로 선정한 후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올해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으로 업무가 이관되면서 각 주관단체들은 교육진흥원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지원을 하는 단체와 지원을 받는 기관의 관계가 보다 긴밀해 졌다는 것은 현장에서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유연한 대응의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지난 3월 3일 공모 신청이 마감된 후, 3월 지원 단체 선정 확정, 5월 각 단체별 지원 예산 확정의 과정을 거쳐 지원 사업의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 간 시점에서, 여러 선정 단체들이 그동안 사업 지원 방식과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과 개선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예산 지원의 적절한 타이밍과 규모의 중요성

주관단체들이 마주친 어려움 중의 하나는 지급 예산의 규모와 지급 일정에 관한 것이었다. ”극단 아름다운 세상’의 경우, 사업 지원금이 6월 초에 지급되는 바람에 4월 초에 진행하려던 사업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예산 지급 시기가 예상보다 많이 늦어져 일정상의 차질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기본적으로 주관단체와 공공지원기관으로서의 교육진흥원 사이의 입장 차에서 비롯한다. 예산 지급 시기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가운데 사업 추진을 마냥 보류해 둘 수 없는 주관단체들의 입장에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으로 지원 예산의 용도를 보다 정확하게 점검하기 위해 꼼꼼한 검토를 포기 할 수 없는 교육진흥원의 역할이 있다.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가 초등학교 특수반 장애아동들과 함께 진행한 연극놀이 장면 (출처: 한겨레신문)

예산과 관련된 단체들의 어려움은 지원금 지급 일정 외에 예산의 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들었던 점에도 있었다. <비행청소년을 위한 예술캠프 ‘나의 노래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문화 ‘맘스’ 봉사회’의 전은연 담당자는 신청한 예산보다 삭감된 예산을 지원받은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신청한 예산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항목이 있거나 액수가 있다면 조정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업계획이 이미 다 되어 있는 상태에서 예산이 신청한 것보다 적게 지원되는 경우, 사실 난감한 점이 좀 있어요. 예를 들면 프로그램에 필요한 강사 분들에 대한 섭외는 이미 다 되어 있는 상태에서, 예상보다 적은 예산을 지원받게 되면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

공공지원 사업의 투명성 확보, 절차의 간소화 사이의 딜레마

주관단체들은 지원사업 단체로 선정되기 위해 준비해야 했던 과정이나 선정된 이후에 예산을 지급 받고 이를 집행하는 과정의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을 한다.

“예산 집행 절차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예를 들면 지금 요구받고 있는 예산 집행 방식은 아주 작은 규모의 예산 지출도 반드시 통장 입출금을 통해서 하게 되어 있어요. 물론 예산 사용의 투명성이 보장되니까 이러한 절차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매번 통장 입출금을 해야 하는 것이 사실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거든요. 수수료로 낭비되는 예산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권태룡, 한국아이 국악협회)”

지방비 대응투자 난제 극복 필요

한편 지원 단체로 선정된 이후보다 공모를 준비하는 과정이 절차적으로 더욱 복잡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대응투자(매칭 펀드, matching fund)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아, 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연극연구회 ATA’의 <화상어린이 가족을 위한 예술치유 프로그램 “해피 밴드 happy band”> 담당자 서은희씨는 ‘어떤 기관으로부터 대응 투자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보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밝혔다. <노인 미술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호당미술아카데미’의 임종현 씨도 대응투자와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방의 경우 시의원들이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에 대해 크게 절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지방비 확보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강원소리진흥회의 공연 모습 (출처: 문화예술교육단체협의회 카페, cafe.naver.com/caec)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하여 지원받기로 결정된 예산마저도 집행을 못하고 있기는 비단 호당미술아카데미만의 사정이 아니다. 춘천 종합 사회복지회관 어르신들에게 우리 민요와 타악을 지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강원소리 진흥회’의 어르신 강원민요 봉사대의 프로그램도 지방비가 확보되지 않아 담당자인 최윤필씨의 사비로 당장의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응 투자에 대한 자세한 공고와 확정된 선정 단체에 대한 발표가 너무 늦었던 것 같아요. 춘천시 같은 경우는 추경예산까지 다 배정이 끝나버렸거든요. 그래서 국비는 확보가 되었는데 지방비가 확보가 안 되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지방비가 확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비만 따로 먼저 집행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예산 집행이 전혀 안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선은 제 사비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단기 사업이라면 미뤘다가 할 수도 있겠지만 교육 사업이라는 것이 또 그런 게 아니잖아요. 공모 자체를 연말에 해서, 올해 공모하고 발표하고, 내년 3월 이전에 끝을 내는 건 어떨까요? 그 편이 지방비 확보에는 훨씬 유리할 것 같은데…”

예산 이외의 지원에 대한 바램들

일부 단체들은 교육진흥원이 각 단체들에게 현재 하고 있는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지원을 넘어, 비가시적인 영역에서의 지원에 대해서도 일종의 기대를 가지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울타리 한 가족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정신적인 피폐감과 외로움을 달래고자 하는 ‘이 시대 좋은 소리’의 이정은 담당자는 교육 대상층을 섭외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교육 대상층인 어르신들이 대부분 연로하셔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이 별로 높지 않으세요. 물론, 프로그램을 경험 하신 다음에는 많이들 좋아하시는데, 시작하기까지 그 분들에게 동기를 드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는 없을까 생각하게 되지요.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 나가는 일을 각 사업 단체에서 할 수는 없으니, 교육진흥원 같은 곳에서 이런 쪽의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산 지원도 필요하지만,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도 저희 같은 개별 단체들에게는 너무나도 든든한 지원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극단 <아름다운 세상>의 연극놀이 프로그램 ”우리의 소중한 보물을 찾아서”의 한 장면 (출처:오마이 뉴스)

지원기관과 현장 파트너십은 서로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

각 단체의 다양한 성격과 사업 목적들을 떠올리면, 이토록 다양한 필요를 가진 140여개의 단체들에게 어떤 불만사항도 없을 정도의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것이 이상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주관단체의 담당자들을 만나는 취재 과정에서, 어려움에 대한 토로 못지않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 모습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이들 주관단체들은 처지는 달라도 결국 크게 보면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하나의 비전을 공유한 사람들인 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입장에 대한 보다 깊은 배려, 그리고 현장마다 다른 특수성에 대해 더욱 유연하게 대처하고자 하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취재에 도움주신 분들
어린이 문화 맘스 봉사회 전은연 / 한국아이 국악협회 권태룡 / 성동종합 사회복지관 홍수진 / 극단 노뜰 후용공연예술센터 백경숙 / 교육연극연구회 ATA 서은희 / 호당미술아카데미 임종현 / (사) 강원소리 진흥회 최윤필 / 극단 아름다운 세상 정원영 / 사다리연극놀이 연구소 남현주 / 이 시대의 좋은 소리 이정은 /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 이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