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좌담: 교사 연수 및 지원 사업들을 통해 보는 문화예술교육의 오늘

교사는 문화예술교육의 매개자인가? 전문인력인가?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교사연수프로그램과 지원사업을 되짚으며 나눈 좌담 현장.

좌담 일시 및 장소 :8월25일(금) 오후1시, 서교동

참석
조주연 (시민문화기업 티팟 대표), 김민희 (우리교육 교육문화사업팀 팀장)
조장은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문화과), 김은형 (대전문화예술교육연구회)

진행:조은주 (아르떼진 편집부)

조은주: 오늘 좌담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한 축인 초중등 교사 지원 및 연수 사업에 관한 것입니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시행되면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의 양성과 지원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 교사 지원 및 연수 프로그램들의 현황과 지금까지의 성과, 한계 등을 짚어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으면 합니다.

조장은: 제가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얘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미술관이라고 하지만 박물관이나 기타 문화기반시설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들일 것 같습니다. 우리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의 첫 번째 목표가 학교현장과 미술관의 연계성 강화예요. 가령 ‘현대미술의 이해’라는 교육프로그램을 교과서에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한다든지, 어떤 방법으로든 교과서나 공교육 현장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사 연수프로그램의 개선방향을 좌담 오기 전 좀 생각해봤습니다. 크게 자율연수의 활성화, 명확한 연수목표의 설정, 장기적인 학교 지원프로그램 운영, 교사 대상 인센티브 제공, 교대와 사대의 커리큘럼 재편, 대학원생 인턴십 도입 등이 제시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사 연수프로그램의 제도적 개선방안들

조장은 : 직무연수와 자율연수의 분위기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만, 자율연수를 활성화하되 이에 대한 교사들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더욱 자발적이고 생산적인 연수를 지원하면서 참여하는 교사들에게도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게 필요하겠구요. 대부분의 연수프로그램들이 단발성이라 심화과정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고, 교대와 사대의 커리큘럼을 대폭 개편해서 실제 현장과 맞닿은 교육적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또 학교장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도 중요할 텐데요, 학교장이 가본 행사에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과 반대의 경우 사이에는, 사인해주는 속도에서부터 차이가 있지요. (웃음)

김은형: 맞아요. 학교 리더들이, 경영진들이 너무 견고해요. 교장교감 연수프로그램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투입되는 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선 교사들에게는 아주 핵심적인 문제거든요.


국립현대미술관 조장은씨

김민희: 저희는 교사연수를 자체예산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원 없이 선생님들의 참가비로 충당하지요. 대개 자율연수구요. 그러다 보니 고비용에 학점은 없고, (웃음)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교사들이 뭘 원하는지에 굉장히 민감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아주 좋은 게 발굴이 되어도 인기가 좋아야 운영이 되지요.

사유하고 표현하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교사들

김민희 : 기본적으로, 교육을 바꾸는 것 자체의 열쇠를 교사가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가 성장해야 하고, 변화해야 하는 거겠죠. 작년 재작년에, ‘초등 미술교과의 감상’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사실 이 주제가 어떤 면에서 굉장히 작은 영역이지요. 그전까지만 해도 초등미술이라는 게, 아이들에게 그냥 그림 그리기 시키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런데 조금씩, 앞서있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미술시간이 미술가와 전문예술가를 키워내는 게 아니라,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고 예술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아이들의 능력과 감수성을 키워주는 시간이 되어야 하잖아요. 선생님들의 인식이 그런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게 저희 프로그램의 목적이었지요. 구체적인 방법론은 그 다음입니다. ‘당신의 교과가, 아이들의 수업시간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졌는데, 이 프로그램의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우리교육> 교육문화사업팀 김민희 팀장

김은형: 저희 단체에서는 스터디를 7개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 과정들이, 교사들뿐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매개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아까 조장은 선생님은 교대나 사대의 커리큘럼 개편 이야기를 하셨는데, 교대생이나 사대생부터 교사들, 나아가 대학에서 예술교과과정을 담당하는 교수들까지, 전부 흔들어지지 않으면 안돼요. 그렇게 자극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견고한 틀을 헐어나가야 하는 것이죠.

무용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몸짓으로 표현한다는 게 근본적으로 사고의 과정과 연관되는 것이잖아요. 예를 들어 개나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이조차도 안무가와 무용가의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보는 관객들도 자기 나름의 사유를 통해 그 표현을 해석하고 자기 삶에 반영하는 것이죠. 이렇게 사유하고 표현하는 과정으로서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라고 할까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그 능력과 감수성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이 테크닉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유의 과정과 철학에 기반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저희 대전문화예술교육연구회에서도 여러 철학자들의 책을 읽으면서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우리가 가진 견고함을 탈피하고 인식을 확장하기 위한 모색이지요.

저희 단체에서 진행한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한 시각문화 읽기’의 경우, 참여한 교사들이 사진을 찍고, ‘왜 찍고 왜 공유하는가’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를 합니다. 무엇보다도, ‘카메라는 통찰의 도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 없이 던지죠. 4주 동안 연수를 진행한 후, 참여한 선생님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이것을 학교에 가서 수업과 어떻게 연계를 시킬 것인가 문제는 또 남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 프로그램 라인을 그대로 학생들에게 반영해봤어요. 그리고 수업에서 사용한 영상자료와 문자텍스트를 그대로 보여드리면서 사례발표를 하고, 선생님들로 하여금 수업 기획안을 직접 쓰도록 해보았지요. 그 기획안으로 또 토론을 하구요. 저희가 내내 던졌던 질문이, ‘이걸 수업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습니까’. ‘학교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 이런 것들이었어요. 이런 질문들을 통해 문화시설과 학교가, 학교의 수업이 연계될 수 있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교사인 것이구요. 결국, 교사의 교육관이나 교육철학을 만들어내는 문제와 연결되겠습니다.


대전문화예술연구회 김은형 선생님.

교과과정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조주연: 아까 조장은 선생님 하셨던 얘기 중에 질문이 있습니다. 현대미술의 시각에 기반해서 미술관과의 연계를 통해 향후 교과과정을 개발하는 목표를 갖고 계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 교과과정이라고 하는 게, 지금 현재 미술이나 음악, 체육, 이런 과목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건데요, 아까 말씀하셨던 학교와 연계한 교과과정이라는 것은 이 공교육과정을 얘기하는 것이죠? 그것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인지요.

조장은: 그렇죠. 그리고 그 과정을, 교사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민희: 그런데 이 점에서 초등과 중등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초등은 통합교과 운영이 가능하지만, 중등은 입시가 있고 그걸 떨쳐버리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죠. 물론 통합교과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 거기까지는 다들 동의하실 거예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서는 안되거든요. 선생님들에게는 그 좌절감이 아주 크세요.

김은형: 이게 바로 조직화의 문제예요. 초등은 교사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자기 맘대로 재조직할 수 있어요. 반면에 중등의 경우는 역사면 역사, 국어면 국어 수업만 들어가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끼리도 파트너십이 이뤄져야 하는 거라고 봅니다. 지금도 교과과정이 있고 재량활동과정이 있어요. 창의적 재량활동과정, 교과 재량활동, 그렇게 한 시간은 재량활동 시간으로 쓸 수 있다는 거죠. 역사선생이라고 하더라도, 가령 조선시대 문화를 공부한다고 한다면, 한 시간 정도 연계해서 쓸 수 있는 거예요. 교과재량시간에, 조선 시대에 있었던 분청사기나 백자 이런 걸 만들어보는 거죠.

교사 지원 및 연수프로그램, 비전과 방향이 있나

조주연: 저는 사실, 오늘 좌담의 주제 자체가 참 애매한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게 문화부 정책사업으로 자리잡은 지 이제 3년이 지났지요. 오늘 얘기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물론 아까 언급되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물론 기본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게 수혜의 폭을 확대하고 기회를 넓히는 데 목표가 있긴 합니다만, 그것이 너무 짧은 기간에 확대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양성… 현장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들을 듣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그 지향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시민문화기업 티팟 조주연 대표.

김은형: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좀 필요한 시기였다고 봐요. 사람들이 ‘문화예술’은 알아도 문화예술‘교육’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조주연: 2004년도 시범사업을 하고 작년에 교사연수를 확대하면서, 사업 시작할 무렵 공모를 내서 교사연수를 하는 단체들을 전부 모아 이틀간 워크숍을 했습니다. 한 스무 단체쯤 참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름방학에 교사연수를 했어요. 워크숍에서, 사실 각 단체들의 교사 연수 방향에 대한 전체적인 공유도 제대로 안됐습니다. 10-20분 발표하는 걸로 끝이었지요. 그런데 그 이후에도, 연수 이후에 어떻게 됐고 어떻게 평가됐는지를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물론 아르떼 사이트에 ‘좋은 사례’들이라고 해서 올라가긴 했지요. 하지만 교사연수가 교사지원 체계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됐다는 건지, 그걸 논의할 수 있는 근거나 공간이 주어져있지 않다는 겁니다. 너무나 산발적이에요. 각각에서는 많은 노력을 하고 좋은 프로그램들이 잘 나오는데요,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지 지향점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이런 좌담의 토대라 할 만한 것을 찾기가 어려운 겁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매개자라는 말을 쓰잖아요. 교사를 매개자에 포함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고 그러는데, 저는 학교 문화예술교육에서 매개자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진행한 연수프로그램 등에서 선생님들이 발표하고 하시는 내용들을 저희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는 단지 소스를 제공할 뿐이고, 선생님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교사의 생각 같은 것을 유도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원할 뿐이에요. 일단 교사 주체가 더 확실해져야 한다는 입장인 겁니다. 그런데 이런 입장들이,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이 정말 문제라는 거죠.

교사연수프로가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진화해나가야 하는가. 처음에 저희도 교사들의 인식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았고 인식의 전환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실질적으로 진행해보니까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게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아이디어나 외국사례가 아니라 완성된 프로그램 말이죠, 패키지화 되어 있는. 확실하게 패키지화 되어야 자유롭게 쓸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강의보다 워크숍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그게 여러 차례 쌓이고, 선생님들이 개발한 사례들 있으면 그걸 가지고 또 토론하는, 그런 과정을 밟았지요.

교육진흥원의 연수프로그램 공모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이 사업이 비전을 보고 진행되어야 하는데, 공모를 하면 공모에 맞는 기획서를 써야 하잖아요. 비전을 가지고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매년 공모를 해서 선정한다는 게 문제라는 거지요.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심포지엄을 통해서 교사연수와 관련된 담론을 만들어내고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사업 확대의 방법을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너무 성과 위주라는 거예요.

김민희: 그게 어려운 것이, 모든 지원 시스템이라는게 성과위주일 수밖에 없고, 돈을 나눌 수밖에 없으니까요.

김은형: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희가 이번에 했던 프로그램의 경우도, 현재의 공모시스템에서는 내년이면 누락이 돼요. 이제 뭐 좀 알 것 같은데 말이죠. (웃음) 이런 것들을 이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받아 안아서 지속시켜야겠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엔 강의 위주로 했으니 다음에는 워크숍 위주로 발전시키고 심화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거든요.

교사와 교사, 교사와 전문가 집단: 만나고 교류하는 물꼬를 트기

김민희: 저는 교사가 전문가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술교과 가르친다고 해서 미술가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그 동안 연수프로그램들이 많이 진행되면서 교사의 인식도 많이 변화하고, 그에 기반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되어 왔어요. 그런데 이제 그것만 갖고는 안 되는 거예요. 제가 생각하기에 문화예술교육은 자기 반 아이들과 뭘 한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게 아니거든요. 즉, 프로그램 제공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경험들을 접하게 하고, 추후 현장에 돌아가서 코디네이팅할 수 있는 힘들을 주는 게 참 중요합니다.

김은형: 공모사업이 가령 열한 개라면 그 실무자들이 다 모여서 얘기를 해야 해요. 그게 실질적으로 워크숍이구요. 저희 같은 경우, 교사, 단체, 교육청 비롯해서 끈이 닿는 사람들 전부 다 모아서 포럼 디스커션을 기획하고 있어요. 대전에 있는 여러 단체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자리죠. 결국 교사와 매개자들이 지역사회 전체의 공론화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는 거예요.

조주연: 그게 참 좋은 것이, 저희 같은 경우는 사실 ‘지역’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김은형 선생님이 활동하고 계신 대전문화예술교육연구회 경우처럼 지역에 기반한다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을 가진 듯합니다. 그런 방향을 잘 선택해서 지원해야 하는 게 교육진흥원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통합교과적 문화예술교육과 교실현장과의 접점 만들기

조은주: 교육진흥원에서 지원하는 교사 자율연구모임의 경우를 보면, 교과모임들이 진행되다가 철학이나 인권 같은 주제별 교사모임으로 가는데요. 이런 방향이 현장의 실질적 필요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가 또 중요한 문제일 것 같습니다. 주제별 모임이나 통합교과와 교실현장 사이의 접점 문제를 얘기해볼까요.

김민희: 전에는 선생님들이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패키지들을 많이 원하셨어요. 돌아가서 쓸 수 있는, 수업을 실제로 설계하는 걸로 말이죠.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이미 그 단계는 넘어선 것 같습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자율적 교사연수가 아주 많이 성장한 결과로, 이제는 당장 써먹는 게 아닌, 내 철학을 가지고 싶다는 거예요. 그런데 실제 연수는 거의 그렇지가 않다는 겁니다. 다른 한편, 작년에 비폭력 평화 트레이닝으로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선생님들의 고민이, 프로그램 자체는 참 좋은데 연수 이후에 일상에서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 부분을 어느 누구도 이어갈 수가 없었고, 그래서 상당히 안타까웠습니다. 연수의 성과로 관련 모임을 꾸리는 선생님들께로 네트워크를 가져가고, 지속시키고, 그렇게 발굴된 사람들을 끌어낼 수 있는 연수의 효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은형: 통합교과라고 했을 때 ‘통합적’이라는 것에 대한 오해도 참 많은 것 같은데요. 사유의 과정을 읽어줘야 하는 건데 단순 결합으로만 보는 경우도 많잖아요. 주제별 모임이 중요한 건 가치를 공유한다는 측면인 것인데, 문화라는 게 삶의 총체니까요. 교과도 역시 다 연결되어 있잖아요. 가령 저는 역사수업에서 시대구분을 얘기할 때 의상을 통해 설명을 하곤 하는데, 의상을 통해 역사적인 시대를 구분한다는 게 결국 통합교과적인 과정이라는 것이죠.

김민희: 작년에 연수프로그램 진행할 때, 주제는 ‘평화’였는데 평화라는 게 참 추상적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문화예술을 끌어와서 했어요. 노래와, 음악, 마임, 이런 것들을 통해서요. 그게 훨씬 이야기하기 쉽기도 하고, 감수성 부분이 가장 일차적인 것이니까요.

다시 묻기: 문화예술교육에서 교사의 위치

조은주: 이제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전문인력 양성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만, 문화예술교육에서 교사의 역할과 중요성이 강조되는 교사들에게 지원과 양성의 자원이 집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는 듯합니다. 사회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영역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일 텐데요. 물론 이 두 가지가 제로섬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이런 맥락과 연결 지어, 좀 원론적이긴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에서의 교사라는 주체의 의미를 다시 환기해보면서, 좌담을 정리하는 의미로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조장은: 모든 장르의, 모든 대상의 교육이 중요한데, 왜 굳이 교사 재교육이 중요한 것일까요. 저는 무엇보다 그 파급효과를 꼽고 싶습니다. 다른 교육은 주로 일대일로 이루어지지요. 그러나 교사의 경우, 교사 한 명을 가르치면 정년까지 그 한 사람이 맡게 되는 학생의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물론 이건 표피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요. 그러나, 공교육의 현장이라는 곳은 교육의 평등 원칙이 실현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그 장소에서의 교사의 역할과 자질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죠. 저희 미술관에서 특별활동 연계 프로그램 끝나면 매주 설문지를 돌립니다. 태도 좋은 아이들 응답지를 보면, ‘여기 오기 전에 선생님이 어떤 걸 미리 말해줬는가’에 대한 문항이 열 개 정도 있는데, 거의 모두 체크가 되어있는 것을 봅니다.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가는 현장학습에 대해 사전에 얼마나 의미를 부여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얼만큼 기대하게 만드는지의 문제가 핵심이라는 것이죠. 미술관에서 저희가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해준다고 해도, 사전에 그런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은형: 전문인력 얘기를 했는데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아직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그것에 대한 비전을 매우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 혼자서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일년을 공부한다 하더라도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교사가 해줘야 할 부분에 대한 의미 부여나 동기 부여와 함께, 전문가들과 연계시켜주는 부분이 필요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교사도 매개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교사의 리더십 부분도 중요할 텐데, 교사를 기획자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지요, 결국 교육이라는 것도 연출이니까요. 한 시간 수업도 하나의 공연과 마찬가지잖아요. 이 부분에서 필요한 기획력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연계시켜줄 수 있느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교육 과정에 대한 스케줄 문제부터 예산의 문제까지, 이렇게 준비된 사람을 그야말로 문화예술교육의 전문인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런 전문인력은 한번에 단발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연수프로그램의 지속성이나 지역문화예술지원센터의 역할을 통해서, 스스로 내면에 심정적인 자기 욕구와 신념이 생기게 만들어야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파트너십은 그 다음 문제가 되겠습니다.

김민희: 교사의 역할이 물론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이따금 너무 화석화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요, 장르성을 못 벗어나거나 문화의 개념이나 범주를 제한시키는 듯한 사례들을 접하게 되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정말로 즐기고 있는 문화보다는 고전적인, 클래식 문화와 예술을 전제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것이 가치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이들이 실제로 일상에서나 학교에서 즐기는 것, 살아가면서 즐기는 것 안에서 어떤 가능성 같은 것을 찾아내 끌어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교사의 시선이 중요한 것인데, 그런 면에서 교사의 시선이 많이 부족하지요.

조은주: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이야기들 많이 나누어주셔서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