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네트워크한다 : 스쿨파크_ 마을같은 학교 vs. 학교같은 마을

유석연|건축가, hna온고당건축 대표, 새건축사협회 이사,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초빙교수

웹진 땡땡이 본격적으로 준비한 두 번째 기획의 주제는 ‘학교는 네트워크한다’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와 학교 밖 자원이 연계되는 문화기반시설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사례를 살펴보고, 학교가 지역 네트워크의 거점이 되면서 지역사회의 문화적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건축가 유석연씨의 구상을 들어봅니다.

1. 학교와 문화기반시설의 연계 : 국립민속박물관 ‘박물관에서 배우는 사회교과’
2. 스쿨파크_ 마을같은 학교 vs. 학교같은 마을 (유석연, 건축가)

2. 스쿨파크_ 마을같은 학교 vs. 학교같은 마을

오는 9월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에는 건축가 정기용의 주도로 김광수, 송재호, 유석연씨가 ‘방의 도시(city of bang)’라는 주제로 작품이 전시됩니다. 그 중 건축가 유석연씨는 ’스쿨파크‘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되는 시스템을 소개할 것입니다. 땡땡 3호의 ’학교는 네트워크한다‘에서 유석연씨의 스쿨파크 기획을 들어봅니다.

스쿨파크가 무엇인가?

파크park는 공원 같은 환경으로 디자인된 특별한 연구, 산업, 주거단지를 이르는 말이다. Business Park, Science Park, IT Park같이 중심기능의 특성을 Park 앞에 이름 붙여 생성된다. 스쿨파크school park는 학교시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주거단지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직 세계에서 쓰이지 않은 새로운 개념으로, 올 9월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전시될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여러 개의 작은 마을로 구성되는 이 학교중심주거단지 프로젝트는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제주도를 우선 대상지로 하고 있다.

왜?

초등학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거단지에는 반드시 법으로 두어야 하는 시설이지만 지역사회에 밀착되도록 교육과정이나 시설이 활용되고 있지 않다. 초등학생들의 생활영역은 거주영역인 지역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학교시설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환경 역시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당연하다.

삶의 질을 위한다면 우리의 교육환경과 거주환경을 위해 요구되는 시설이 너무나도 많다. 학교와 관공서 외에 어린이 놀이터, 보육시설, 노인복지시설, 지역 도서관, 지역 강당, 지역 건강체육시설, 지역문화시설, 동네 사랑방 등등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변화된 삶의 패러다임 역시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많은 조건들을 요구하고 있다. 생활의 기본인프라로 인터넷환경은 당연시 되며 주5일제 근무와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더 많은 여유공간과 여가를 보낼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수업시간이 아니면 거의 비어 있는 학교시설에 주목해본다. 시골이 아니라면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넓은 땅이 학교운동장으로 비어 있으며, 학교 교사동은 대형 쇼핑센타나 스포츠센타를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큰 시설이다. 둥지만한 집과 학교, 학원말고는 갈 곳이 별로 없는 아이들에게 좀 다른 삶의 패러다임, 좀 다른 공간과 교육프로그램을 줄 수 않을까? 또한 몸이 불편한 사람, 가난한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 이웃의 어른들, 노인들 할 것 없이 우리의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이 학교를 매개로 자유로이 그룹을 만들고 서로 만나 교류할 수 있다면? 단지 비어 있는 시간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보다 적극적인 의미로 새로운 교육과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가능하도록 학교시설과 지역사회 시설들을 재구성하는 하는 것은 어떨까? 수업뿐 아니라 커뮤니티나 공동체 활동이 가능하도록 학교가 지역사회 주거단지와 만날 변화할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의문과 가능성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Boundary경계

초등학교의 새로운 공간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학교시설과 교육프로그램이 주말과 평일 저녁시간까지 확장 사용되는 것을 가정하며, 둘째로 초등학생 부모를 포함한 지역 주민 누구나 특기를 살려 교육현장에 참여하고, 수업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모든 학교시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교육내용에 걸맞는 환경, 아니 더 많은 영감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공간환경을 부여한다. 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교실, 유채꽃밭 옆에 있는 생물교실, 텃밭 옆의 원두막교실, 연극이나 춤을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 교실, 그랜드 피아노와 객석이 있는 음악교실, 학생과 주민이 나이에 상관없이 공통의 취미나 관심분야를 갖고 모이는 커뮤니티교실 등등. 마지막으로 자기가 속한 마을을 가꾸고 가진 것을 나누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의 장소.

주거단지는 약 1000세대 정도 규모로 지방 근교에 가능한 모델을 우선 가정한다. 거주자의 연령과 요구에 따른 최적의 환경을 위하여 3가지의 주거타입을 정하였다. 20대와 30대 초반까지의 독신과 신혼의 세대는 S-Housing(SYSTEM), 40대까지의 가정을 위해서는 어린 자녀들의 자라나는 환경을 위한 G-Housing(GREEN), 60대까지의 활발한 사회, 문화활동을 위한 A-Housing(ACTIVE), 다시 인생의 말년을 보내는 세대를 위한 S-Housing으로 구분을 하였다.

스쿨파크는 초등학교시설과 주민문화편익시설이 3가지 주거타입으로 조성되는 단지특성에 맞도록 분산 배치된다. 교과내용에 가장 적절한 교실환경은 학교가 확장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주위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와중에 성취될 수 있다. 경계가 엷어지며 동시에 경계에 면한 영역들이 모두 넓어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Network네트워크

학교가 중심에 위치한다는 의미보다는 교실, 운동장을 포함한 학교시설들이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됨으로써 이용의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주민 참여를 유도할 주민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이용행태에 따라 학교시설 프로그램을 구분하고 다른 지역사회 활동행태들과의 연계를 시도한다. 안전하고 풍부한 녹지환경에 면한 G-Housing인근에는 저학년 종합교실형 교실군을 두고, S와 A-Housing인근에는 교과교실형으로 운영되는 중학년, 고학년 교실들을 둔다. 각 주거단지의 특성에 따라 분산 배치된 교실들은 어린이 놀이터, 관리시설, 노인정, 보육시설, 지역 도서관, 체육시설 같은 지역생활문화시설의 프로그램과 만나 서로 섞이는 새로운 네트워크 학교시설로 재창조된다.

Communication교류

학생들은 그들이 사는 지역사회에 단단히 기반한 학교공간을 순회하며 수업하며, 평일 늦은 오후나 주말같이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학생을 포함한 주민들이 남녀노소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모임이나 이벤트를 같은 공간에서 할 수 있다. 사회복지시설이 충분치 못한 우리 현실에서 스쿨파크는 개인생활공간과 도시기반시설 사이의 간극을 메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실질적 생활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항상 접속되어 있는 우리의 학교도시를 꿈꾸면서, 온라인 네트워크 시스템이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를 매개하고 조직하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설계가 될 것이다.

스쿨파크의 가장 큰 장점은 융통성flexibility이다. 지역사회와 함께 가는 교육, 부모가 학교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육, 학교가 초등학생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사회교육에도 기여할 수 있는 융통성을 새로운 학교중심주거단지인 스쿨파크에서 찾고자 한다.

유석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