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은 공예를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직물, 염직, 칠기, 도자기 따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과거에는 공예가 일상생활의 한 요소였다. 집에서 대나무를 쪼개고 엮어 바구니를 엮고, 누에를 치고 실을 뽑아 옷을 만들어 입었다.

 

산업화 이후, 일상 사물의 제작은 현대 디자인이 대체하고 하고 있다. 모든 공정은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손으로 하던 일들은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물론, 기술 발달에 따라 현대 공예가 폭넓어진 면은 있다. 하지만 대중이 접할 수 있는 공예는 장식적 요소가 강조되어 대부분 취미나 예술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

 

도봉고등학교

 

학교에서의 공예 수업은 왜 필요한가. 도봉고등학교 공예 수업을 맡은 김태호 예술은 공예 수업을 통해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스쳐 가는 경험일지라도, 작은 차이가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학기 만에, 그것도 매시간 다른 주제를 다루면서 잘 만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아이들은 잠재적 생산자이며 구매자로서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공예 수업을 통해 재료나 마감 방식 등을 체험하고 질 좋은 상품을 골라내는 눈을 키운다.

 

도봉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매주 한 시간씩 공예 수업을 듣는다. 펠트 공예 카드지갑 제작 수업은 이론, 제작, 평가로 각 3주에 걸쳐 이루어지며, 이날은 2번째 수업이었다.

 

김태호 강사의 펠트 공예 카드지갑 만들기 수업 진행 단계

 

김태호 강사는 갖가지 색깔의 펠트를 꺼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원하는 색깔의 펠트를 잘라주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구상한 도안에 어울리는 펠트를 받아 갔다. 직사각형 모양의 카드지갑을 선택한 아이는 바로 바느질을 시작하고, 특별한 형태를 구상한 아이는 도안을 베껴 재단했다. 시판 펠트의 색상이 한정되다 보니, 머릿속으로 생각한 배색이 어울리지 않아 바꿔가기도 했다. 아이들은 선호하는 색상의 조합뿐 아니라 다양한 색상의 조화와 변형을 함께 배운다. 바느질하며 물성에 걸맞은 바느질과 적당한 장력을 익히고, 마감이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한다. 이렇게 한 학기 동안 모은 공예품은 학기 말 축제 때 전시한다. 자연스럽게 참여도와 완성도가 올라간다.

 

도봉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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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수업만 하다 보면 지루하기도 한데, 손을 움직여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면 활력이 생긴다고 한다. 평가용이 아닌, 내가 쓸 것을 만드니 애착이 생겨 더 열심이다. 일주일 중 공예 수업이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공예 수업은 개별활동이지만, 과정은 협동이다. 아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보며 비교하고, 조언을 구하고, 돕는다. 1+1가 협력한 결과물은 2가 아니라 그 이상이다.

 

수업 후 이루어지는 평가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공예품에 대한 설명을 작성하며 자신이 제작한 공예품이 기성품과 비교해 어떠한 특성을 가지는지 파악한다. 차이를 안다는 것은 비교 대상의 기능과 특성을 숙지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도봉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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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강사는 무엇보다 참여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이론 시간에 몇 가지 바느질을 가르치지만, 바느질이 서툰 학생들은 홈질도 일정 간격으로 촘촘하게 할 줄 모른다. 그러면, 땀이 성긴 지갑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다양한 색상으로 간격을 메우라고 시킨다. 색색의 실로 땀 사이를 채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다채로운 조합이 나오기도 한다.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땀의 방향을 다르게 주어 무늬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눈높이 교육은 다른 성과를 낳기도 한다.

 

몸이 불편한 학생도 수업에 참석한다. 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은 담당교사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듣는다. 힘이 없어 바늘을 꿰지는 못하지만, 실을 잡아당기며 참여의 기쁨을 느낀다.

 

도봉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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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전통공예와 예술의 영역이라고 여기던 공예를 내 손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 구슬팔찌를 만들고 카드지갑을 직접 만드는 것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오리고, 꿰매고, 뚫으며 완성되는 것은 작품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생각과 꿈도 다채로운 모습으로 다듬어지고 있었다.

 

김태호 강사의 수업 노트

 

글∙사진_ 서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