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예술 작품을 만나기 위해선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극장으로 달려가기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바쁜 세상이다. 좀 더 쉽고 가까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금만 잘 찾아보면 반가운 플랫폼이 가까이 있다.

 

2014 빈필하모닉 여름음악회
워 호스
2014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좌에서부터) 2014 빈필하모닉 여름음악회, 런던 내셔널 씨어터 연극 <워 호스>, 2014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포스터

 

지난 5월 30일 빈필하모닉 여름음악회를 서울 한 복판에서 감상했다. 작년 비엔나 여행 때 방문했던 쉔부른 궁전의 화려함은 여전했고 세기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는 ‘넌 감동이었어’였다. 피아니스트 랑랑의 솔로 연주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도 감격이었지만 저 멀리 바다 건너 유럽 한 복판에 울려 퍼지는 연주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자체가 황홀하게 다가왔다. 참 좋은 세상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얼마 전 런던 내셔널 씨어터의 연극 <워 호스>를 국립극장에서 관람하고 나올 때 관객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실황 중계는 아니었지만 NT Live의 명성에 걸 맞는 완성도였다. 내셔널씨어터의 공연을 카메라에 담는 NT Live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워 호스>는 전 세계 24개국 8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공연 예술은 오직 상연 장소에서만 작품의 아우라를 접할 수 있다. 라이브가 최고 덕목인 공연 예술의 특징은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전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공연 예술의 스크린화다. 비엔나 오페라하우스,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과 더불어 세계 3대 오페라로 손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THE MET LIVE IN:HD’를 제작해 전 세계의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전 세계 54개국 1700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9년에 시작해 올 해로 벌써 7년째다. 작품은 물론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나 아티스트 인터뷰 등이 곁들여져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지난 달 <호두까끼 인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출항 소식을 알린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의 활약이 기대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싹 온 스크린은 ‘VIP보다 더 좋은 객석’을 모토로 예술의전당의 화제작들을 영상으로 담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지난 해 전주, 여수, 안동, 연천의 문화예술회관과 서울, 분당, 대구, 부산, 광주의 영화관에서 시도한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 실황 중계’로 가능성을 확인했고, 땅 끝 마을의 학생들도 예술의전당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단 각오로 본격적인 상영에 돌입했다. 중소 도시의 문화예술기관을 중심으로 상영 계획이 잡혀 있으며 송•수진 전용망 중계를 통해 실황 중계도 가능하다고 저 멀리 유럽에서 한국의 공연을 실황으로 감상하는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무엇보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예술의전당의 국보급 콘텐츠를 좀 더 가깝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여기에 백스테이지 스케치와 아티스트 인터뷰도 더해진다고 하니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듯 보인다.

 
 

유투브 채널
팟캐스트

▲ 예술의전당 유투브 채널(왼쪽)과 팟캐스트(오른쪽) 페이지

 

이렇듯 극장을 벗어나 관객과 가까이 만나고자 하는 예술의전당의 노력은 점점 성과를 얻고 있는 중이다. 2012년 4월에 만든 음악당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가 100만 건을 넘어섰고 채널 구독자 수도 3,700명에 달하고 있다. 대중가요나 팝 음악에 비하면 적어 보일 수 있으나 클래식 채널로서는 상당한 숫자다. 예술의전당의 간판 프로그램인 교향악축제와 토요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라이브가 업데이트 되어 있으며 직접 극장을 찾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유튜브의 프로그램들은 팟캐스트로도 구독이 가능한데 연주 리스트의 풍성함에 한 번 반하고 선명한 음질에 두 번 반하게 될 것이다.

 

예술 감상법은 빠르게 진화되고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그 변화를 부지런히 향유할수록 바쁜 일상 속 여유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 예술의전당 유투브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부산시립교향악단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c단조 Op.18

 

예술의전당 ‘싹온스크린’ 홈페이지

http://www.sac.or.kr/saconscreen

예술의전당 유투브

http://www.youtube.com/user/sacmusichall

예술의전당 팟캐스트

https://itunes.apple.com/kr/podcast/yesul-uijeondang


글 이유진 (칼럼니스트)

영화 전문지 기자로 시작해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 주로 영화와 공연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공연 현장에서 프로듀서를 하기도 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실에서도 일했다. 복잡한 이력이지만 그저 ‘문화’ 안에 있으면 그만인 단순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