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외치다!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받아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쉽게 상처받고 여린 가슴을 지닌 하나의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딱 이렇게 외치고 싶을 때,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의 일환인 예술강사의 이야기마당 기획제의가 들어왔다. ‘예술강사의 일상’이라는 주제와 ‘다시- RE(View, Think, Discover, Grow, Modify, Gain)’라는 컨셉으로. 얼마나 공감되는 주제인지 두 말할 것 없이 참여하게 되었다. 예술강사 중 나와 같이 하소연하고 싶은 곳을 찾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Refresh’를 떠올렸고, 우리들의 원기회복을 위해 이번 이야기 마당을 한재의 보약으로 만들어주자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대전 지역 예술강사 이야기 마당을 열었다.


우리들의 쉼터 ‘욕쾌 상쾌 통쾌’

 
 

우리들만의 쉼터를 만들다

 

예술강사들은 교육대상자들을 계속해서 만나야하는 직업적인 특성상 사람에게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도 많고 항상 내 안에서 창의력을 끌어내야 하다보니 어느 순간 능력이 고갈되는 느낌도 받는다. 그때 느끼는 좌절감과 자존감의 추락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고 위로해 줄 재충전의 장치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자리에 앞서 예술강사들이 주로 어떤 일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고 있는지 먼저 조사해 보았다.

 

Q. 수업을 진행하며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은?

A. 강사의 말을 무시했을 때, 수업 중 불쑥 담당 선생님이 끼어들 때, 담당교사가 예술강사와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생각할 때, 출강 확인 때 담당자들의 비협조와 학교 휴업일 미공지, 수행평가 및 요약서를 요구하고 수업 이외의 공연을 요구할 때, 여러가지 불합리한 일에도 불구하고 평가 때문에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볼 때 등

 

Q. 어떤 방법의 휴식이 나를 충전하게 해 주나요?

A. 여행하기, 내 분야의 예술활동, 자기 개발을 위한 세미나 참여, 같은 분야 예술강사를 만나 대화 등

 

마음이 힘들고, 화가 나고,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우리는 친한 친구에게 사정을 털어놓으면 어느정도 그 문제가 해결되거나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를 경험하곤 한다.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하고,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인 우리에게 스트레스와 고충을 털어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짧은 시간동안 함께 마음을 공유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뒷담화’다!

 

이 기회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비공식적인 뒷담화 한 번 해 볼 강사들을 만나야겠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강사들이 함께 모이기란 쉽지 않지만, 마음 놓고 우리의 불만을 이야기하고 욕할 수 있는 자리는 더더욱 만들기 어렵다. 가르치며 부딪쳤을 감정의 벽, 능력의 벽, 소통의 벽들을 우리끼리 풀어내고 서로 공감해주고 맞장구 쳐주는 그 시간동안 우리는 우리의 노고를 위로받을 것이고 우리의 상처를 치유받을 것이며 재충전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통쾌한 뒷담화를 통해 비우자. 비워야 채워넣을 공간도 생기는 법이니까.
상쾌하게 욕 하고 통쾌해 지는 시간, 욕쾌 상쾌 통쾌!!

 

예술강사 이야기 마당 진행 과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

 

아쉽게도(?) 이번 이야기 마당의 키워드가 ‘뒷담화’인 만큼 그 날 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이곳에 적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날 우리가 느꼈던 감정들은 앞으로의 일상에 충분한 비타민 역할을 해 줄 것이라 믿는다.

 

활동 연차가 오래된 강사이든 얼마 되지 않은 강사이든 수업을 하면서 여러가지 일을 겪게 된다. 물론 가르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렵고 힘든 일인 동시에 보람되고 가슴벅찬 일이다. 매년 첫 수업을 준비하며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이 교차한다. 어떤 날은 웃으며 시작해서 울면서 수업을 끝낼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우울하게 들어가 오히려 힘을 얻고 마치게 되는 날도 있다. 우린 늘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지만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과의 소통은 문제 없는데 반해 학교나 기관이 무리한 요구를 해올 때도 있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지치고 복잡한 마음이 들 때, 우리의 소리를 들어줄 창구가 필요하다. 이번 예술강사의 이야기 마당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털어놓는 작은 창구가 되었으면 한다. 또 이 시간 이후로 다시 힘을 얻어 선생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들의 쉼터 ‘욕쾌 상쾌 통쾌’

이야기 마당에 참여한 예술강사들이 쓰고 그린 유쾌 상쾌 통쾌한 그래픽 레코딩

 

‘미켈란젤로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의 형상이란 깎아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돌안에 잠들어있는 형상을 조각가가 깎아서 드러나게 하는 것이라 했다. 사람의 내면도 조각의 형상과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람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은 내면에 있는 수많은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아직 잠들어 있는 다른 모습을 끄집어낸다면 그 사람은 몰라보게 달라진다.

 

우리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예술강사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르신들에게 우리는 미켈란젤로다!

자, 이제 어깨 펴고 고개 들고 직진!

 

예술강사의 이야기 마당 참가자의 한마디


뿌뿌: 앞으로 이런 자리가 매년 있으면 1년이 편할 것 같아요.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마음의 정화를 하고 돌아갑니다!


도덕쌤: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마음을 이곳에서 후련하게 털어놓고 가니 오늘밤은 잠을 푹 잘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는 수업하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아요!


창호G: 여러 강사들의 살아있는 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서로 위로도 하고, 해결책도 찾을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다비드: 혹시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더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 계신 강사분들의 도움과 조언이 저에겐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피: 여러 강사들의 힘든 학교 생활들에 대해 들어보니 저의 일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성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보물상자: 좋은 곳에 초대받은 느낌이었어요. 다른 분들의 고충을 들으며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 나의 고충은 별 거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멀리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강사로서 뿌듯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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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미영 예술강사

 

예술강사의 이야기마당

<예술강사의 이야기마당>은 예술강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발언의 장으로 예술강사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2014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를 맞이하여 본 기사에서 소개된 대전을 비롯하여 서울, 인천, 강원, 부산에서 5월 21~23일까지 열렸습니다.

http://www.arteweek.kr/popup/index?num=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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