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새롭게 시작되는 1월입니다. 전에 있었던 일을 마무리하는 과정과 함께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겹치면서 비어있는 시간이 생기게 됩니다.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 센터의 <빈 프로젝트>는 2013사업이 종료되고 다시 2014년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과정이자,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문화예술교육으로 지역과 문화, 사람과 삶의 예술 등의 ‘관계’를 잇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워크숍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송상민님에게 들어보았습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을 바라다 <SELF 전북>

 

SELF 전북은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일상을 아름답게 극복하게 하는 삶의 교육인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발성을 갖게 한다는 전라북도의 지역특성화문화예술지원 비전을 말합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 교육은 그 태도와 현장이 자발성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즉, 기획자가 대상을 발굴하고 대상과 지역에 맞는 교육을 기획하고 서로 상호적 관계에서 삶의 환경을 만드는 기획 사업인 것입니다. 기획자의 시선이 곧 전라북도 문화적 지형의 유형과 환경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은 그 지역과 일상의 문제가 드러난 문화적 지형도를 바탕으로 시작됩니다. SELF를 강조하는 이유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가 문화적 지형을 읽을 수 있도록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는 것을 바라서 입니다. 능동적인, 그리고 지속가능한 지역활동가가 필요하기에 SELF를 더욱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지원사업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통해 한 지역이 문화적 지형을 스스로 극복 하고, 새로운 문화적 지형을 생산하기 위한 지속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함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체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좋은 교육현장에서는 일방적 관계란 없습니다. 강사와 참여자, 기획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 공유됩니다. 일상을 변화시키는 힘에 모두가 참여하게 되지요.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방적 관계보다는 기획자와 문화예술 강사들이 함께 현장에 있어야 하고, 일상과 생활도 서로 공유하며 지역의 문제도 함께 참여해야합니다.

 

새롭게 시작하기 전, 비어있는 시간을 채우는 <빈 프로젝트>

 

SELF전북이 전라북도 지역특성화지원단체 40개를 대상으로 워크숍형태의 지원 사업 빈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한해 사업이 종료되고 또 새롭게 시작되는 중간 과정에서 비어있는 공간, 장소, 사람, 그리고 일정을 함께 하며 스스로 생산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시간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쪼잔한 네트워크>, <오만원의 가치> 등의 프로젝트가 2013년 12월 말부터 2014년 3월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 프로젝트는 ‘우리도 좀 문화예술교육을 받아보자’라는 의견에서 시작된 찾아가는 워크숍입니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를 말하고 쓰는 방법, 우리를 대상화 하여 삶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를 찾기 위한 워크숍 등이 3차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쪼잔한 네트워크> 프로젝트는 지원사업 매개인력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인 ‘사직서 프로젝트’와 ‘어섧 워크숍’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쪼잔한 네트워크>는 문화예술교육 지원 자체보다는 관련 인력들의 재생산된 지식공유를 위한 작은 단위의 모임을 지원하면서 지속가능하고 자발적인 인적 자원을 성장시키기 위한 준비입니다. <오만원의 가치>는 지원사업을 종료하고 새로 시작하는 단계 중간에 있는 비어있는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지역활동, 연구, 추가 교육 등에 오만원 씩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기획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연차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종료와 시작점이 있는 정해진 기간에 사람들을 무엇을 하도록 설득할 때는 그만한 노동력과 정서적 교감, 그리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만원으로 그 가치를 환산할 수는 없지만, 작은 기록과 과정에 지지를 보내는 의미로 지원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지역특성화 문화예술 교육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작은 지지대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중<쪼잔한 네트워크>사업으로 선정되었던 ‘사직서 프로젝트’를 소개하려고합니다.

 

회문화예술교육에 다-사직서 프로젝트

 

 

사직서 프로젝트는 보통의 워크숍이나 교육에서처럼 발표해야하는 억압에서 자유롭습니다. 내가 사직하는 순간, 우리가 직면한 나와 교육에 고민들, 그리고 버려야하는 것들, 얻어야하는 것들에게서 자유롭습니다. 거리낌 없이 생각나는 대로 노트에 기록하며 나 자신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가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추위로 강가가 꽁꽁 언 1월, 2013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정산일의 전날이자 ‘2014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신청 일주일 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사직서 프로젝트’를 위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날 자리에 모인 12명과 스텝5명은 10여명만이 함께하는 쪼잔한 네트워크를 시작하면서 작은 숫자의 사람들의 힘에 놀랍니다. 몇 년을 가끔 지나치면서 얼굴만 아는 사이부터, 서로 사업내용만 아는 사이, 얼굴도 처음 보는 사이, 함께 일을 같이 하는 사이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황토방에 엉덩이 붙이고 앉으니 별별 이야기들이 터집니다.

 

“내 자신이 대화를 잘하고 친화력이 있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습니다.
부탁을 들어주는 것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강사들 간의 갈등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지속해야한다는 것에 고민에서 사직하고 싶습니다.
참여자들끼리 내부적 갈등 때문에 힘들어요.
강사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고민이 됩니다. 스스로 해보게 하기 위해서 지켜봐야 하는 건지, 진실로 대상을 믿어주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상대방과의 교감. 나의 성찰, 나의 다른 이변, 나의 반성, 상대 삶을 함께 찾아가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나’를 위한 열정은 어떻게 갖나요?
매년 늘어나는 요구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직서프로그램 중 수많은 사직서내용과 안녕하세요? 고민이야기 中-

 

서로에 대해 알기 위한 이야기를 할 때는 10명 남짓인 사람들이 모여야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집중해 줍니다. 사직서를 쓰고 서로 안부를 묻고, 마음 속 묵힌 고민도 털어놓고, 투표를 통해 고민왕도 뽑았습니다. 그 고민들을 가감 없이 토해내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는 것도 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깊이 관찰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의견들로 고민이 새롭게 해석되기도 하고, 서로 의견을 지지해주기도 합니다. 문화예술교육 을 하는 강사, 기획자들은 나를 관찰하는 것보다 남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고 그 능력도 뛰어나기에 그 능력을 우리에게 써 보는 것입니다.

 

 

사직서 프로젝트는 문화예술교육이 주체 스스로가 직접 자립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를 직면하게 만듭니다. 전라북도 문화예술교육 인력들이 언제 서로 이렇게 마주한 경험이 있었을까요? 단 1박2일 동안만이라도 모든 사업을 뒤로한 채 ‘나’를 놓고 성찰 하고 위안을 받아보는 ‘사이’가 특별한 ‘우리’를 만드는 시간이 됩니다. 수많은 고민들이 텍스트로 또는 정서적으로 교류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차이’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2014년에는 전라북도가 한발 더 나아가기를 바라며, 수많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교육가들 서로를 위해 파이팅! 해봅니다.

 

글: 송상민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