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하면 흔히 교육공급자와 수혜자를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진 않나요? 여기 ‘시민’의 주도와 지지 하에 문화예술교육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해방촌 빈가게’와 울산 북구의 ‘우리동네 하하발전소’ 입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주민들의 절실한 열정이 모여 문화공간과 프로그램이 탄생됐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 두 지역에서 시민들이 만들어나가는 문화예술교육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공급자-수혜자’ 방식의 교육을 넘어 일반시민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를 확장하기 위한 시민문화예술교육 정책 사업. 2010년 임대아파트 거주민과 문화예술 동아리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시작하여 2011년에는 사회적 기업, 2012년에는 시민 문화 공간, 그리고 2013년에는 사회적 기업과 시민 문화 공간 대상 지원을 ‘시민 문화예술교육 대상 확대 사업’으로 통합 재편되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지역’과 ‘시민’이라는 키워드에서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찾고 있는데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두 곳, ‘해방촌 빈가게’와 ‘울산 북구 우리 동네 하하발전소’를 소개합니다.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일상 문화예술사랑방, 해방촌 빈가게

 

 

해방 이후 월남한 사람들과 6.25전쟁 피란민들이 자리 잡아 살았던 비탈 마을, 한때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미개발 다세대 서민 주택 지역이었던 마을 해방촌. 마을엔 주민 센터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은커녕 생활시설과 교육기관도 부족한 곳입니다. 이러한 해방촌에 지난 2008년 주거문제를 고민하던 청년들이 모여 집을 구해 ‘빈집’이라 이름 짓고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1개의 집이었던 ‘빈집’은 현재 40여 명의 사람이 사는 7개의 집으로 늘어났고, 빈집의 청년들은 개인은 가난해도 함께여서 풍요로운 마을공동체를 위한 생활소통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해방촌 중심 거리 1층에 위치한 ‘빈가게’입니다. 이곳은 마을의 카페, 생협, 북카페, 공연장, 동아리방 등의 역할을 하며 주민들과 청년이 일상에서 쉽게 만나고 교류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인문학 공동체, 동네 어머니와 아이들의 사랑방인 ‘종점수다방’, 육아교육모임 ‘아이책읽기’ 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공동체가 생겨났고, ‘신흥시장 상인회, 동사무소, 부녀회, 봉사단’ 등 그동안 쇠락하거나 활동이 부진했던 공동체들의 활동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이제 빈집은 빈가게라는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빈연구소’를 설립하여 마을 주민과 만나 적극적으로 해방촌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마을의 공공 공간들을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고 공동체 문화활동을 촉진하고 있는 현재에서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 생겨나는 여러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고 역량을 강화하여 지속 가능한 해방촌 생활 공동체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고 목표입니다. 모든 주민이 문화예술인이 되어 마을의 일상과 구석구석을 활력으로 채우고 있을 미래의 해방촌 마을을 상상하니 절로 즐거워집니다.

 

– 해방촌 사람들 http://haebang.net/
– 해방촌 빈가게 https://www.facebook.com/bingage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센터, 우리동네 하하발전소

 

울산시 북구 중산동은 울산의 관문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주민들은 마을에서 참여하고 함께할 수 있는 문화공간에 대한 욕구가 절실했습니다. 마침 2010년 개관한 중산문화센터는 이러한 주민의 요구를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센터가 주민의 다양한 문화적 체험 및 소통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산문화센터는 그 답을 2012년 시작한 시민문화예술교육 거점 조성사업 ‘하하발전소’를 운영하며 찾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아 ‘예산, 공간,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는데요. 센터에서 무엇보다 집중했던 것은 주민 중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마을의 문화예술 리더를 양성하는 일이었습니다. 지역이 처한 현실 속에 있는 주민, 특히 오랫동안 마을에서 살아오신 중장년층 주민들이 바로 지역 문제의 해결과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주체였기 때문이지요.

 

 

하하발전소의 문화예술 리더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 지 반년이 지나자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화요일에 열린 ‘화요 감성카페’는 마을 코디네이터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2012년에 하반기 하하발전소에 참여했던 주부들이 2013년에는 마을의 다양한 문화자원을 발굴하여 예술정거장으로 탈바꿈시킨 ‘우리마을 예술버스’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아이들, 그리고 가족단위로 예술버스를 타고 마을 곳곳에 내려 문화예술체험을 함께 했는데요, 우리 동네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기획 된 프로그램이라 참여하는 분들에게 더 뜻 깊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울산의 경우 공장근로자로 근무하는 주민들이 많아 비슷한 시간대에 주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퇴근시간대가 저녁이 아닌 오후로 조정되면서 남성분들을 위한 마을 목공소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퇴근시간 후에 모두 목공소에 모여 다른 주민들과 소통하고, 생활 소품부터 마을의 공공가구까지 직접 제작해 마을 디자인에도 동참합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마을밴드는 음악을 좋아하는 주민들의 새로운 공동체가 되어 라이브 클럽이나 축제 공연무대에도 올라 지역 곳곳을 함께 누빕니다.

 

주민들을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주체로 발굴하고 지역의 필요를 반영해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작지만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면서 중산문화센터는 주민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마을의 변화가 곧 삶의 변화’를 이끌어냄을 실감케 하는 울산의 하하발전소, 이름처럼 하하 웃음이 가득한 문화예술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울산 북구 중산동 주민들이 또 어떤 일을 벌여나갈지 무척 기대됩니다.

 

시민문화예술교육은 늘 현재진행형

 

시민이 생산적 주체가 되어 일상에서 지역과 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서, 시민문화예술교육은 지역과 우리 사회 안에서 늘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불통의 문화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문화예술교육이 되길 바랍니다.

 

*’해방촌 빈가게, 울산 북구 하하발전소’ 두 사례는 지난 12월 12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시민문화예술교육 정책 포럼에서 소개되었습니다. 포럼 자료집은 추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홈페이지, 아르떼365를 통해 공유될 예정입니다.

 


시민문화예술교육_김은미 리포터



글쓴이_ 시민문화예술교육_김은미 리포터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서로를 길들이듯 사람들의 마음과 소통하고, 문화예술로 일상과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곳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