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요? 문화예술 정책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경제, 환경, 혁신의 개념에까지 예술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예술과 기업을 연결하는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는데요, 범유럽 네트워크 Creative Clash는 ‘조직 내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 in Organizations)’을 통해 예술로 기업과 창조적 충돌(Creative Clash)을 만들어내 상호혁신과 공동발전을 이끌어내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자세한 내용을 함께 살펴볼까요?

 

최근 몇 년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문화예술지원에 비교적 후했던 유럽의 정부들도 불가피하게 문화예술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움직임을 보여 예술가와 문화기관들이 스스로 재정을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에 예술계 일각에서는 사회와 동떨어진 오늘날 예술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함께 예술이 단지 벽에 걸린 멋진 그림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다양한 접점을 마련함으로써 사회와 벌어진 간극을 좁혀나갈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정책적으로도 예술의 파급효과(spill-over effect)에 주목해 문화예술정책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경제, 환경, 혁신 관련 정책에까지 예술의 역할은 꾸준히 확장되었다. 이와 더불어 혁신에 대한 접근이 ‘기술’적인 것에서 ‘사회혁신’, ‘창의적 발상’ 등으로 확장되면서 창의/창조성이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일찌감치 학교, 지역사회, 기업 등 구체적인 우리 삶의 맥락들을 변화시키는데 있어 예술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다.

 

‘조직 내 예술적 개입’을 위한 범유럽 네트워크 Creative Clash

 

 

유럽에서 예술을 경제와 사회문제에 접목시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예술과 기업을 연결하는 시도는 2000년대에 들어서 본격화 되었다. 유럽경제의 변화, 예술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시각 변화, 그리고 21세기 기업환경 변화에의 요청이 맞물린 결과이다. 이른바 ‘조직 내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 in Organizations)’을 시도하는 범유럽 네트워크 Creative Clash는 예술과 기업의 창조적 충돌(Creative Clash)을 통해 두 세계가 서로를 탐험하는 가운데 상호혁신과 공동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의 비영리 민간조직 틸트(TILLT)가 주축이 되어 스페인, 독일, 벨기에, 프랑스의 문화단체/조직들이 주요 파트너로 참여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EU차원에서도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이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있다.

 

틸트(TILLT)는 ‘조직 내 예술적 개입’의 목적을 “(1) 예술적이 창의성과 혁신을 고무시키는 도구로서 활용되어 조직과 개인을 성장시키는 과정 (2)새로운 예술과 예술적 방법을 개발하며 예술가들을 위한 새로운 직업 영역을 창출하는 것”1)에 두고 있다. 여기서 예술은 조직에 개입하여 다른 방식의 사고, 새로운 관점을 개발하는 촉매역할을 하게 되고, 기업은 예술가가 활동하는 새로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1) 아르콤 웹사이트


기업에 상주하며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 스웨덴 TILLT의 AIRIS 레지던스 프로그램

 

TILLT가 제시하는 ‘조직 내 예술적 개입’의 방법들은 상자 밖으로 나와 생각하기, 전통적 문제해결방법에 도전하기, 통상적인 과정에서 벗어나 불확실한 과정에 따라 일을 추진해보기, 기존 이론에 속하지 않는 혹은 현실적이지 않은 비전에 주목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 등이 있다. 예술가를 기업에 상주시키는 일종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AIRIS는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한 TILLT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AIRIS는 배우, 연출가, 극작가, 시각예술가, 화가, 사진가, 무용가, 안무가, 작곡가, 음악가와 같은 예술가가 10개월 동안 기업 조직에 들어가게 된다. 예술가는 최소 주 1회 이상 기업 내 업무공간에서 작업을 하게 되고, 진행 매니저와 기업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비전통적인 개념의 컨설턴트로 활동하게 된다. 예술가는 기업에 상주하는 동안 새로운 시각으로 업무공간이나 동료들을 관찰한다. 조직의 내부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발견하는 조사기간을 거쳐 내부 프로젝트 팀과 액션 플랜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직과 구성원에게 자신이 발견한 신선한 시각을 공유하여 다양한 관점을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VideoAIRIS 레지던스 프로그램: SVT(스웨덴 공영 TV방송국)에서 방영한 Hallekis Paroc 공장의 다큐멘터리

 

예술가와 협업해 조직의 문제를 협력해 해결하는 플랫폼 마련 스페인 C2+i(Conexiones Improbables)

 

Creative Clash의 주요 파트너인 스페인 C2+i는 오픈, 협력 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기업혁신, 지역사회 프로그램, 문화예술 기반 컨설팅을 제공하는 민간기업이다. Ci는 2010년 C2+i가 빌바오 시 의회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사업으로 ‘느린 혁신(Slow Innovation)’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기업 내 조직원의 태도와 가치변화, 조직모델 변화, 새로운 서비스의 원형을 개발하는데 예술을 접목시키는 시도들을 펼치고 있다.

 

 

스페인의 슈퍼마켓 그룹 Uvesco는 두 번의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 이후 조직의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직원들의 신념, 동기, 소속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12~13년에 CI와의 장기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평소에 교육과 사회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고, 소통을 이끄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예술가 알버트 솔러가 협업에 참여했다. 알버트 솔러는 직접 Uvesco 직원이 되어 직원과 고객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내용과 느낌 감정을 기록하고, 그 기록들을 퍼포먼스로 재연하였다. 나중에는 이 퍼포먼스에 직원들도 직접 참여해 스스로 콘텐츠 생산자이자 공연자가 되도록 했다. 이 프로젝트는 고객 서비스를 주된 내용으로 하였는데 이 문제가 전 조직의 경험과 지식을 통합해 성취할 수 있는 목표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 고객-직원-경영진 모두가 이 극화 경험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혁신을 위한 예술가 교육(Traininig Artists For Innovation)

 

“예술가들은 이미 그들의 예술 활동을 통해 체득한 혁신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사람을 연결하기도 하며, 때로는 모순적 상황을 제공하거나, 마찰을 직면하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극한다. 이제는 이러한 예술적 접근을 조직과 기업에 적용할 때이다. 우리는 이것을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이라 부른다. 이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예술가들은 그들이 이미 갖고 있는 예술적 능력 외에 더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 – TAFI <혁신을 위한 예술가 교육> 자료집

 

‘조직 내 예술적 개입’은 의지가 있는 기업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예술가가 기업이라는 새로운 작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역량들이 존재한다. TAFI (Traininig Artists For Innovation, 혁신을 위한 예술가 교육)는 이러한 필요에 응해 ‘조직 내 예술적 개입’ 활동을 준비하는 예술가들에게 요구되는 역량 – 맥락화, 연구조사, 교수법, 프로젝트 관리 능력, 마케팅 등을 교육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비예술적 목적으로 예술을 도구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TAFI는 “예술 고유의 특성을 지키는 것이 예술이 다른 어떤 맥락에서도 효과적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 조건 가운데 ‘조직 내 예술적 개입’은 단순한 기업경영 방법론을 넘어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을 실험해볼 수 있는 장으로서, 그리고 사람들이 예술을 또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로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본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 한국예술경영학회, 서울문화재단 주관으로 지난 11월 20일 열린 ‘기업혁신, 예술에서 길을 찾다’ 포럼 자료와 TAFI <혁신을 위한 예술가 교육> 자료집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포럼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업혁신, 예술에서 길을 찾다: 예술@창조경영’포럼

 

정리: 대외협력팀 권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