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 배경에 해와 꽃, 구름이 알록달록 그려진 버스가 전북 삼례읍 경로당 앞에 나타났습니다. 바로 어르신들을 위해 찾아온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이랍니다. 추억을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행복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버스 안에서 어깨도 덩실, 엉덩이도 덩실, 마음까지 덩실거리게 하는 어르신들의 ‘마실’이 있었는데요. 평소 마음 속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춤을 통해 숨겨놨던 마음과 자신을 들어낼 수 있게 도와준 ‘춤 마실 정거장’ 에 아르떼365가 함께 했습니다. 들썩들썩 보는 이까지 정말 신났던 그 순간을 함께 만나볼까요?

 

 

9월 15일 오전 9시, 완주군 삼례읍 주공2차 아파트 경로당 입구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화창한 하늘빛을 그대로 담은 듯 밝은 하늘색 배경에 해와 꽃, 구름, 귀여운 동물들이 알록달록 그려져 있어 마치 유치원 버스를 연상하게 하는 버스 한 대가 서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 버스에 타는 분들을 보니 어린이가 아닌 경로당 어르신들입니다. 외양부터 범상치 않은 이 버스 안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어르신 한 분 한 분 조심히 올라탄 버스 안으로 들어서니 푹신한 쿠션과 눈을 편하게 해주는 그림들로 가득한 방의 모습이 마치 구름 세상 같군요. 이 수상한 버스의 정체는 바로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입니다. 평소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의 아동 및 어르신들을 위해 예술 강사들이 버스를 타고 직접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지요. 특별히 오늘은 일상적인 몸짓과 이야기가 모두 특별해지는 ‘춤 마실’ 프로그램으로 전북 완주군 삼례읍 경로당 어르신들을 찾았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마실’을 떠나볼까요?

 

 

추억을 이야기 합니다 : 추억 마실

 

 

어르신들과 떠난 첫 번째 마실은 ‘추억’으로의 여행인데요. 각자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려보자 하니 처음에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날까 하던 어르신들이, 어느새 피난 내려오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어렸을 적 동무들과 산과 들을 뛰놀던 이야기를 신나게 꺼내놓기 시작하십니다. 그러다 어르신 한 분이 아직도 잊지 못 할 ‘첫 사랑의 추억’ 을 이야기하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마음 한 곳에 숨겨놓았던 풋내 가득한 첫 사랑의 추억들을 꺼내놓습니다. 어느새 모두 열일곱 소녀로 돌아가 즐거워합니다.

 

추억을 표현 합니다 : 행복 마실

 

 

이제 함께 되살린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을 표현하며 놀아보는 시간입니다! 우선 소고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아 그림으로 그립니다. 처음에는 나 같은 사람이 무슨 그림을 그리냐고 주저 하시던 어르신들, 막상 펜을 잡으시니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그림을 그려보네. 그런데 참 재밌어.” (조옥분, 김성순)
 

전북 삼례를 대표하는 딸기꽃부터 시작해서, 해바라기, 국화꽃 등 다양한 꽃들이 삼례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탄생됩니다. 꽃이 아닌 손자 손녀의 얼굴을 상상하며 그려 넣은 분들도 계시네요. 하나같이 보는 이의 마음도 활짝 웃게 만들어주는 그림들입니다. 색색깔 예쁘게 추억을 그린 소고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도 하고 자랑도 하는 순간 소고는 어느새 나만의 추억 선물이 됩니다.

 

춤으로 행복해지는 시간 : 춤 마실

 

 

‘추억’으로 여행을 떠나 ‘행복’을 찾은 어르신들, 이제 모두 함께 기쁨의 춤을 추며 행복을 나누는 마실을 떠납니다. 춤을 추기 위해서는 멋진 의상이 필수이겠지요? 어르신들은 형형색색의 모자와 스카프, 멋진 옷을 직접 골라 입고 프랑스의 화가, 영국 왕실 귀족, 일본의 무예가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모델들로 변신했습니다.

 

행복과 즐거운 추억의 이야기가 담긴 소고를 들고 어릴 적 즐겨 부르던 추억의 노래에 맞춰 다 함께 춤 여행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서인지 어느 한 분 부끄러워하거나 가만히 계시는 분이 없네요. 어깨도 들썩, 엉덩이도 들썩, 두 발도 들썩, 보는 이의 마음도 덩달아 들썩 들썩 흥겨워집니다.

 



(좌)오정애 할머니, (우)신평순할머니

“하루에 백년을 사는 것처럼 재밌었어.” -오정애 할머니
“74살 먹도록 경험하지 못 한 즐거움이었어요.” -신평순 할머니

 
프로그램이 끝나고 어떠셨냐고 묻자, 어르신들은 한 목소리로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마지막으로 김순임 할머니가 “나 이렇게 재밌는 세상 처음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갑자기 다른 어르신들이 희한하다며 웅성이셨습니다. 이유를 여쭈었더니 원래 김순임 할머니는 말이 없기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해요.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저렇게 자기 생각도 얘기하고 표현한다며 신기해하셨습니다. 이게 바로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의 매력이 아닐까요? 평소 표현하기 어려웠던 마음을 편안하게 꾸며진 버스 안에서 말하고 표현하며 마실을 즐기는 거죠. 그렇게 어르신들은 버스 안에서 춤을 통해 잠시나마 평생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친 자신과 친구들을 즐겁게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동수단이라고만 생각하는 버스를 통해 이렇게 문화예술을 알리고 있는 움직이는 예술 정거장팀! 이 날 프로그램 전체 진행을 담당하셨던 강사분들께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춤 마실 정거장’의 특별한 이야기를 물어보았습니다. 어르신들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변화와 활력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기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에게는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가 있고 이야기가 있지요. 그 안에는 수많은 추억과 삶에 대한 교훈이 있고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살아오셨어요. 우리는 그것을 끌어내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특히 평상시 방과 비슷하게 내부를 꾸민 버스가 특별함을 이끌어 표현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직접 찾아오니 더 의미가 있고요.“- 신희홍 강사

 

“몸을 움직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입니다.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의 ‘춤 마실 정거장’ 은 누구나 춤을 통해 자신의 추억과 꿈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어르신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려는 뜻으로 시작했어요. 마음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몸이 곧 언어가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타인과 춤으로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이반야 강사

 

어르신들은 매일 경로당에 모입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익숙한 경로당을 벗어나 버스라는 좁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더욱 친밀하게 서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야기’와 ‘춤’이라는 매체는 평소에는 나누지 않던 개인의 고민들과 젊은 시절의 추억, 가족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고 공감하게 해주었지요. 이제 이 버스는 다른 지역의 어르신들이 계시는 예술정거장을 향해 출발하겠지만, 삼례 어르신들이 함께 만들어 다녀온 ‘춤 마실’은 어르신들의 일상에 두고두고 남아 스스로 나누며 사시리라 믿습니다.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은 평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접하기 힘든 지역에 살고 있는 아동 및 어르신들을 위해 버스가 직접 찾아가는 이동식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강사들과 문화예술을 체험하면서 함께 웃고 어울려보는 시간! ‘움직이는 예술 정거장’은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색다른 체험을 선사합니다. 2013년 8월부터 전국각지에서 총 5개의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프로그램(비추어樂, 우리 지금 만나~, 별빛 정거장, 고물? 보물!상상공작소, 춤마실, 고고~)이 진행되고 있으며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입니다.

 

–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홈페이지: http://artebus.arte.or.kr

 

 

 

함께하는 목요일 시민문화예술교육 리포터

글 | 시민문화예술교육_김은미 리포터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서로를 길들이듯 사람들의 마음과 소통하고, 문화예술로 일상과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곳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