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직업 불문!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시작은 극장에서 보기 힘든 작은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었지만 점차 청소년들의 진로지도와 영화 콘텐츠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에도 영역을 넓혀 가는 영화나눔협동조합 cinecoop! 오늘은 cinecoop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최종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Q. 영화나눔협동조합 cinecoop을 설립하게 된 배경을 소개해주세요!
2012년 제가 연출한 ‘해로’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습니다. ‘해로’는 제게 대종상 신인감독상까지 수상하게 해준 좋은 작품이었지만, 노인을 소재로 한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메이저 배급사에서 배급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까스로 개봉을 하긴 했는데 볼 수 있는 극장이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제가 살고 있는 고양시와 고향인 강릉에서는 개봉관이 없어서 지인분들도 ‘해로’를 보지 못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단 몇 편의 영화만이 극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메이저 산업시스템에 속하지 않으면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영화는 산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화입니다. 문화로써 다양한 영화를 즐기는 건 관객 즉 영화소비자의 권리입니다. 그런데 그 권리가 산업논리에 의해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소비자가 힘을 모아 스스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자는 취지에서 영화나눔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는 달리 투자금액과 상관없이 조합원이라면 모두 공평하게 1인 1표의 투표권이 부여되는 시스템입니다. 즉 자본이 아닌 사람 중심의 회사라는 의미입니다.

 


2013년 4월 6일 고양어울림누리에서 개최된
영화나눔협동조합 발기인 총회 때의 모습

Q. cinecoop에서는 어떤 분들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나요? 시민 누구나 조합원으로 참여하거나 관객으로 영화를 보러올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조합원은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영화를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분들이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만, 점차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하는 단순한 동기로 참가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영화나눔협동조합은 좋은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습니다. 별도의 홍보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현재로서는 조합원의 추천으로 상영회에 참석하였다가 뜻을 함께 하고자 조합에 가입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재 협동조합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나눔협동조합도 고양시에서 처음 발족되어 현재는 고양시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서울이나 타지역에서 사시는 분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서울은 물론 부산, 강릉 등 전국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Q. cinecoop 상영회에 관객으로 온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얼마 전 ‘위캔두댓’ 이라는 영화와 ‘서칭포 슈가맨’이라는 영화의 상영회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메이저 산업시스템에서 소외된 영화입니다. 영화관람을 마친 조합원들 가운데 몇몇 분은 벅찬 감정으로 극장에서 나와 최근 몇 년 동안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온 지인들과 함께 영화나눔협동조합에 가입하였습니다. 정말 보람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Q. 상영회 이외에 cinecoop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궁금해요!
영화나눔협동조합은 영화를 통해 교육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시스템에서 소외된 좋은 영화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는 웹진도 발간할 예정입니다.

 

Q.영화를 통해 교육 사업을 병행한다고 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cinecoop에서 계획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먼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사업을 계획 중입니다. 먼저 ‘영화산업관련 진로지도’를 구상하 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영화를 감상한 후 그 영화를 텍스트로 정리하여 인문학 및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오프라인 강의 시스템을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지역사회 교육계 및 학교당국과의 유기적인 협조관계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Q. cinecoop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는 투자를 마음대로 받을 수 있지 않기에 철저하게 조합원의 힘으로만 운영됩니다. 때문에 협동조합의 성패는 조합원의 열정과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현재까지 영화나눔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헌신 속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런 상황이 어렵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치 인생의 동지처럼 끈끈한 우정과 신뢰 속에서 하나하나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문화예술협동조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먼저 많은 조합원들을 확보하기 위한 재미나고 유익한 콘텐츠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반면에 문화적으로는 빠른 경제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가적 지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스스로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합니다. 문화예술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영화나눔협동조합에서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는 최종태 감독

Q.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협동조합은 얼마나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는가에 성패가 갈립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영화나눔협동조합의 홍보에 주력할 것입니다. 가장 큰 홍보는 좋은 영화를 계속 조합원들에게 소개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상영회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10월에 고양시에서 개최되는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영화나눔협동조합 부스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최근에 영화를 본 후 전문가만큼 자세한 리뷰를 블로그에 공유하거나, 일반 관객이 직접 보고 싶은 영화의 제작에 투자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화 문화에 동참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거의 개인적으로 영화 문화를 즐기는 정도에 그쳤다면 cinecoop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좋은 영화를 알리거나 영화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그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영화를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올바른 영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cinecoop! cinecoop과 같은 적극적인 시민들의 활동이 우리 영화를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