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디지털 문화에서 자라나 모든 것이 익숙한 세대와, 아날로그 문화에서 디지털문화로 바뀐 것을 습득한 다른 세대 간에 태생적 차이가 생겨났지요.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현상을 세대별로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주로 소비하는 콘텐츠도 각자 다릅니다. 이처럼 세대별 문화의 차이를 좁히고 다른 세대 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해하는 일, 바로 소통의 첫 걸음인데요. 김연수 문화평론가의 글로 함께 알아볼까요?

 

작년말, 문화계를 총정리하면서 여러 매체들이 문화평론가인 저에게 물었습니다. ‘다가올 2013년 대중문화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무엇이 될까?’라고요. 저는 주저 없이 ‘소통’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디지털화된 세상은 과거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한 ‘속도의 시대’를 이루어냈습니다. 과거 우체국을 가야만 편지를 붙일 수 있었던 것이 컴퓨터의 이메일로, 또 스마트폰이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죠. 이러한 환경변화는 우리를 매순간 소통하게 만들고 있고, 이제는 그 소통을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삶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문화 속 대중의 소통은 어떠할까요? 요즘 대중문화에서 가장 핫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연예인들의 노출’입니다. 이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예술가의 자기표현이니 문제 없다’는 젊은 층의 의견과 ‘성 상품화이니 법으로 규제해야한다’는 중장년층의 의견으로 확연히 나뉩니다. 이처럼 같은 사안인데도 세대별로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단 시간 내에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의 ‘문화의 급 변화’에 기인한 것입니다. 즉, 디지털 문화에서 자라난 세대들과 아날로그 문화에서 디지털문화로 바뀐 것을 습득한 다른 세대들 간의 태생적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 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다른 세대 문화에 대한 편견과 이해부족으로 우리사회 세대 간 소통이 부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대중문화 콘텐츠도 각 세대별로 소비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이었습니다. 방송 음악의 프로그램의 경우, 20대 젊은 층은 아이돌과 걸 그룹이 나오는 음악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을, 7-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4-50대 중장년층은 ‘7080’으로 젊은 시절 향유했던 복고 음악을 그리고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전통가요 음악프로그램인 ‘가요무대’를 봅니다. 이러한 세대별 문화 소비 형태는 드라마 더 나아가서는 공연, 영화까지 모든 부분에 걸쳐 확산되어, 세대 간의 문화간극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꽃보다 할배
tvN <꽃보다 할배>

그런데 최근 이러한 세대 간의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것의 간극을 좁히려는 문화 콘텐츠들이 나와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들 중 다양한 세대를 구성원으로 해서 하나의 테마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콘셉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운 관계 -아이와 아빠, 시어머니와 며느리, 노인들과 젊은이들- 가 서로의 문화적 편견을 깨고 소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아빠 어디가’, ‘시월드’, ‘꽃보다 할배’ 등의 프로그램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각 세대들이 모여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하는 토크쇼나 다양한 연령대들이 같은 꿈을 위해 도전하는 음악오디션 프로그램들 ‘탱큐’, ‘K팝스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아빠는 돈만 벌고, 권위적이기만 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괴롭히는 존재다’, ‘할아버지는 낭만이 없다’등 대중이 가지고 있었던 다른 세대에 대한 문화적인 편견을 깨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시끄럽기만 하던 록음악이 신날 수 있구나’,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지던 옛 가요도 현대적 해석이 들어가니 명곡이구나’등 다른 세대의 문화적인 특성을 이해하도록 만들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역시도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중심의 영화로 제작 방향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중에 내재된 세대 간의 소통의 욕구가 얼마나 컸던 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 나라의 문화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되, 각 문화 간 소통을 통해 좋은 점들을 강화시켜나가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런 대중문화의 문화적 흐름에 발맞추어, 지금이야말로 자기 세대의 문화만이 옳다고 생각했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세대 간 문화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계기를 문화전반에 걸쳐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김연수 문화평론가

글|김연수 (문화평론가)

단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문학석사를, 모스크바대 문학이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에 출강하고 있으며, 전 단국대 문화예술대학교 초빙교수이다. 스토리텔링 감성공작소 비유대표로,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유있는 편들기」와 「정동극장이야기」가 있다. KBS, MBC, SBS를 포함한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다수의 프로그램 패널과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