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가와 힙합뮤지션, 언뜻 생각하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예술활동에만 전념할 것 같은데요. 이들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문화예술교육가’입니다. 예술가로, 문화예술교육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옥인 콜렉티브의 김화용 미술작가와, 세 남자의 랩퍼 김용래(술래)를 만나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만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미술작가와 힙합뮤지션, 왜 예술가가 되었나요?

 

김화용: 어릴 적부터 음악, 영화가 문화예술인지도 잘 모르면서 관심이 많았어요. 공대에 진학해서도 학교생활보다는 온라인에 단편영화 비평을 올리고, 애니메이션이나 재즈 관련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죠.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만의 언어를 가지고 싶었어요. 결국 학교를 중퇴하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대안을 찾다가 예술대학에서 다시 진학했어요. 그 뒤 예술가로 활동하며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는데, 옥인 콜렉티브에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힘을 얻으며 지속 가능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어요.

 

문화예술교육가

예술가이자 문화예술교육가인 힙합뮤지션 김용래(술래)와 미술작가 김화용

 

김용래: 제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라디오를 들으면서 펑크 음악이 너무 좋았어요. 친구들과 하드코어 락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였고 보컬을 맡았어요.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우리끼리의 무대를 올리고 좋아하는 것을 찾다보니 그것이 랩이었어요. 가사쓰는 것을 특히 좋아했거든요. 랩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선망의 대상이었던 곳, 서울로 올라왔죠. 클럽에 오디션도 보고 무대를 찾아다니다가 래퍼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래퍼라고 해서 클럽에서만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신촌 콘서트’라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작은 카페에서 어쿠스틱 음악 공연을 하기도 해요.

 
 

문화예술교육, 그 우연한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

 

‘함께할 수 있는 작업에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람들간의 벽을 허무는 활동에는 무엇이 있을까?’의 고민들
 

김화용: 사진을 전공하며 퍼포먼스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기도 했고, 문화운동에 관심이 많아 여성주의, 환경 등의 분야도 작업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뜻이 맞는 미술작가, 음악가들과 협업을 하게 되었고 워크숍 활동으로 이어졌죠. 제 작업의 한 방법론으로 워크숍을 많이 하다 보니 성인 뿐 아니라 어린이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자연스레 교육의 형태로 환원되었어요. 마치 워크숍이 나의 예술작업에서 하나의 툴이 된 셈이죠. 현대미술하면 작가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작품에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어렵게 느껴지잖아요. 일명 ‘불친절한 현대미술’을 넘어서서 ‘함께할 수 있는 작업에 어떤 것이 있을까?’, ‘미술이라고 해서 멋진 드로잉만이 아니라, 사람들간의 벽을 허무는 활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것들이 워크숍 기획으로 이어졌어요.

 

아티스트 김화용 워크숍

김화용의 가옥 워크숍(2012) ‘뜨다’의 음악공연 / 경기창작센터 워크숍(2011) 참가자들의 봉다리 연날리기

 
랩은 ‘빠르고 험악하다’? 지금은 국어시간에 랩 수업!
 

김용래: 래퍼로 활동하던 중에 지인을 통해 중학교 음악수업에서 랩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이 들어왔어요. 보통 랩은 ‘빠르고 험악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아이들이 가진 랩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직접 랩 가사를 써보게 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호응이 무척 좋아 그 뒤로 인천 등 여러 학교에서 수업을 맡게 되었어요. 음악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랩 가사로 표현하게 하다 보니 랩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더라고요. 저 또한 아이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랩이 재미있었죠. 그래서 음악 수업이 아닌 국어 수업 등 다른 수업에도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지 건의했고, 현재는 국어시간에 랩 수업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또 정규 수업과는 별도로 동아리 수업, 워크숍으로도 아이들에게 랩을 가르치고 있어요.

 
 

예술가들이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방법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
 

김화용: ‘교육’이라는 명칭을 떠나서 전국적으로 워크숍을 열며 레지던시 활동을 하다보니 그 지역의 학생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하기도 해요. 다가오는 8월 말부터 연말까지는 일반인도 참여하는 ‘공작소’라는 워크숍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어요. 문화예술과 문화예술교육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또 문화예술교육이라고 해서 꼭 분야를 구분 짓지 않아도 되죠. 기존의 정형화된 예술교육이 예술가를 완벽하게 길러내지 못했거나, 그동안 목말랐던 부분이 융합적인 문화예술교육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인천 이작도 캠프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과학교육으로만 치부될 수도 있는 전문 기술자들과 미술작가들이 협업하여 ‘미술과 과학을 나누지 않는 융합교육’을 실천할 생각이에요.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풀어주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해요.

 

힙합그룹 세남자
김용래(술래) 래퍼가 활동하는 힙합그룹 ‘세 남자’의 공연 모습

 
“내 이야기를 잘 말하는 법,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법을 알려줘요.”
 

김용래: 학교에 처음 가서 수업 전에 컴퓨터에 USB를 꼽고, 컴퓨터를 이리저리 만지며 준비하다보면 아이들은 제가 컴퓨터 고치러 온 사람인 줄 알아요. 여느 선생님들과는 다른 옷차림에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먼저 다가올 수 있도록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를 묻고, 공연 영상을 보여줘요.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면 서로 별명을 지어보며, 많은 대화를 해요.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선생님들과 했던 대화와는 달리,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주려고 해요. 또 가사를 쓸 때 글짓기라고 해서 어렵게만 느끼지 않도록 하고 내 이야기를 잘 말하는 법을 알려주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법 또한 알려줘요. 결국은 잘 노는 법, 주체적으로 내 자신을 잘 표현하는 법을 알게 하는 것이죠.

 
 

예술 vs 문화예술교육?

 

세남자 술래

“수업시간과 제 작업시간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아요.”
 

김용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려면 친구가 되면 돼요. 제가 학교에 래퍼 복장으로 가면 아이들이 인사를 하자고 주먹을 내밀죠. 수줍어하던 아이가 자신의 단점을 랩으로 당당하게 발표하거나, 아이들이 랩을 한 후 후련해하고 즐거워할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아이들을 래퍼로 키워내는 것보다, 자유롭게 펜을 잡고 무엇이든 써보게 하는 것이 좋아요. 저 또한 한동안은 솔직한 내 자신의 얘기를 가사로 쓰기보다 상상해서 쓰기도 했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쓴 가사를 보며 그 참신한 표현이나 방법에 자극을 받기도 해요. 그래서 수업시간과 제 작업시간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아요.

 

미술작가 김화용

“아이들이 항상 만났던 것과는 다른 표현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 아닐까요?”
 

김화용: 제 머리가 짧다보니 한 아이가 “선생님은 여자예요? 남자예요?”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다른 여자아이가 선생님을 놀린다고 막 울더라고요. 여자에게 남자 같다고 하는 것은 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이었죠. 문화예술교육으로 그러한 고정적인 프레임을 벗어나게 해 주는 것, 아이들이 항상 만났던 것과는 다른 표현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 아닐까요? 저도 실제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며 이런 질문거리를 얻다보니 오히려 창작에 도움이 돼요.

 
 

이날 만난 김화용 미술작가와 김용래 힙합뮤지션은 ‘문화예술교육은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소박하지만 명쾌한 정의를 내렸습니다. 자신들은 그저 사람들과 예술 활동을 같이 하는 것뿐인데, ‘교육가’를 붙여서 도리어 조금은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하는 일도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창작 활동’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교육 대상자들이 교육가에게 꼭 무엇을 배워가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많이 얻고 예술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는 말을 들으며, 예술활동과 문화예술교육은 어쩌면 처음부터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화용

고정관념과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며 이를 둘러싼 경계, 타자, 다양성, 젠더에 대한 고민을 지속했다. 만남, 여행, 워크숍, 문화운동, 퍼포먼스 등을 통해 이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작업해왔다. 지난 몇 년간 ‘문화 생산자를 위한 공간: 가옥’의 워크숍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삶과 일상에서 함께하는 작업 그리고 작업 안에서 여러 협업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사회와 예술의 관계 및 공존을 고민하는 작가 그룹인 ‘옥인 콜렉티브’의 작가이기도 하다.

 

김용래

힙합그룹 세 남자의 래퍼로 ‘술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속은 ‘신촌 콘서트’로 세 남자는 2012년 21c 한국음악프로젝트 은상을 수상했다.

Video세 남자 ‘딴따라쇼’

 

아르떼 사업 소개 우락부락(友樂部落) 시즌 7 노란잠수함

아티스트와 친구들이 함께 문화예술로 신나게 노는 시간,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을 들어보셨나요? 김화용 미술작가와 김용래 힙합뮤지션이 ‘우락부락 시즌 7 노란잠수함(8월 8일 ~ 12일)’에 함께한다고 합니다. 어떤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지 살짝 엿볼까요?

 

ㅡ김화용의 ‘진격의 미미짱네 동물원으로 날아가는 잠수함’

고상한 예술 외에 변종된 것, 몰래하는 언더컬쳐도 예술이 아닐까? 생산의 주체자인 나를 인지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요즘 아이들을 대변해주는 존재인 아이돌을 콜라주 작업 등으로 뒤섞어본다. 남자아이들은 ‘건담 로봇’ 여자아이들은 ‘미미 인형’이라는 고정관념을 떠나서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바꿔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ㅡ김용래(술래)와 빅사이즈의 ‘놀란 잠수함’

숲에서 자연의 소리를 찾아서 기계를 통해 힙합비트로 만들고, 그 위에 랩을 얹어 노래를 만든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주제가를 샘플링하고 재배치해서 새로운 곡을 만들어보는 작업을 해본다. 우리의 이야기가 음악으로 바뀌고, 즐겨 부르던 노래는 새롭게 바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