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옮기면 ‘디지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는 원래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하는 능력을 뜻했는데요. 디지털 매체가 갖는 여러 특징으로 인해 예술적 표현과 창작능력, 사회적 참여와 소통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을 포함한 통합적 능력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최근 미국 등 해외국가에서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리터리시 교육의 일환으로 코딩을 가르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를 넘어 모바일 시대인 요즘, 코딩 교육을 통한 디지털 리터러시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누구나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고 공유하는 환경

 

예전에는 세 살에 천자문을 읽고 여덟 살에 논어를 떼면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요즘 아이들은 세 살이면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고 여덟 살이면 MIT 미디어랩 서비스 스크래치(scratch.mit.edu)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짠다. 옛날 신동이 동네에서 떠들썩하게 소문났다면,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프로그래밍한 게임이나 이야기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스크래치는 2006년 3월 스퀵(squeak)이라는 오픈소스 개발환경을 기반으로 만들진 서비스로, 지난 5월 2.0버전이 발표되었다. 이 서비스는 누구나 무료로 쉽게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이야기 등을 만들고 표현할 수 있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들은 웹을 통해 3백만 건 이상 공유되고 있다. 직관적이고 쉬운 인터페이스로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릴 수도 있어서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배우기에 최적의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스크래치 scratch
MIT 미디어랩이 만든 프로그램 교육서비스 스크래치(scratch.mit.edu)

 

최근 이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미첼 레스닉(Mitch Resnick)교수가 TED에 나와 소개하면서 스크래치는 아이들에게 프로그램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는 서비스로 더 유명해졌다. 미첼 레스닉 교수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아주 익숙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표현하는 데는 서투르다면서, 이것은 마치 읽기는 잘하고 쓰지는 못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그가 어린이에서부터 코드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의미의 확장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이 가져온 세상은 아이들이 세상을 경험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으며 그 아이들이 자라서 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순환발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새로운 세상의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살아왔던 것과는 또 다른 능력을 요구받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다.

 

디지털 소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원래 디지털로 만들어진 자료를 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디지털 자체가 가진 여러 가지 특징으로 인해 그 정의가 계속 확장,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 문자, 영상, 정보, 네트워크 등 매체 중심의 활용 능력을 구체적 능력으로 적시했던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매체가 갖는 개인 생산성과 참여, 확장성을 주목하여 이후 비판적 미디어 인식, 윤리적 판단능력, 미적 구성능력 등이 추가되었고, 다시 예술적 표현과 창작능력과 사회적 참여와 소통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을 포함한 통합적 능력으로 확장되었다.

 

디지털 리터리시를 교육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은 인터넷 좋은 댓글쓰기, 개인정보보호운동, 인터넷윤리실천 등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보안전, 학교폭력 및 사이버폭력 대처방법, 건설적이고 교육적인 온라인 교육경험, 사이버 안전의식, 개인의식 강좌 등 주로 보안과 윤리에 초점이 맞춰져 이뤄져 왔다. 하지만, 보다 명확한 개념 정의와 체계적 교육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전문가가 많지 않고, 교육 교재도 부족하며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 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시중심으로 운영되는 교육현장에서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딩,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

 

그러나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자는 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해외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프로그래밍 교육을 중심으로 보다 구체화 되고 있다. 코딩교육이나 프로그래밍 교육을 디지털 리터러시의 일부이거나 또는 별개로 주장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컴퓨터를 이용해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과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능력은 이미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핵심 능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Tiger Leap Foundation
Tiger Leap Foundation

이런 이유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코딩 교육을 하고 있는 인구 130만 명의 에스토니아가 단연 화제다. 에스토니아의 코딩교육 시행처인 타이거 립 파운데이션(Tiger Leap Foundation)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조기교육 프로그램인 프로지타이거(ProgeTiger)을 통해 6세 아동부터 19세 청소년까지 1~12학년생들이 그래픽 프로그래밍과 웹사이트 제작, 웹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교육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최근 코딩을 배우기로 했다는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이야기와 함께 빌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잭 도시(트위터 창업자) 등 IT창업자들과 유명 보컬 가수, 농구선수 등이 참여한 코딩을 배우자는 동영상(What most schools don’t teach)는 1천만 이상의 조회 수를 보이며 관심을 끌고 있다.

 

VideoWhat most schools don’t teach

 

민간차원에서도 온라인에서 코딩을 가르치는 비영리단체인 코드.org(code.org), 코드카데미(codecademy), 스타트업 회사인 트리하우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고 국내에서도 생활코딩(opentutorials.org), 소프트웨어교육봉사단, 멋쟁이사자처럼(likelion.net) 등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언어

 

정부는 미래부를 통해 이와 같은 코딩교육을 적극 유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사교육이나 저임금 소프트웨어 노동자를 양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고등학교 때 C++이나 자바 같은 프로그램 교육을 수업에 편성한 인도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취지는 공감이 간다. 다만 코딩교육이 단순 프로그램 코드 노동자가 아니라, 생산적인 디지털 문화인을 육성하는 비전으로 확대되어 제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학교에서는 원고지 사용법을 시험문제로 내지만, 수많은 어린이들은 카페와 문자채팅이라는 디지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세상은 이미 인터넷 시대를 넘어 모바일 시대를 스쳐가고 있고, 누구나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시대로 갈 것이다. 코딩을 통한 디지털 리터러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글 | 임문영(미디어 전략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