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다른 사람들을 돌보느라, 미처 내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던 돌봄 노동자들. 그들이 문화예술교육을 만나 자신을 돌보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있다고 합니다. 인천 부평구 사랑愛돌봄센터의 ‘약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돌봄 노동자 문화예술교육

‘약손을 가진 사람들’ 수업 시간. (왼쪽부터)꽃 노래를 부르는 유림이와 박옥자 씨, 김인자 씨, 음악 교육을 맡고 있는 황승미 씨

 

7월 10일 수요일 저녁, 인천 부평구 사랑愛돌봄센터에서는 화사한 꽃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경쾌한 우쿨렐레 선율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옵니다. 그런데 여느 장애아동들의 수업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장애아동들을 이곳에 데리고 온 활동보조인 분들도 함께하고 있네요. 수업시간에 보조로 도움을 주려고 오신 걸까요? 그런데 이분들, 함께 노래를 부르고, 꽃이 되는 명상을 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아하! 이 수업은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업이었군요. 다함께 문화예술교육을 즐기는 시간, ‘약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볼까요?

 

남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보는 것을 놓친, 돌봄 노동자들을 위한 시간!

 

돌봄 노동자 문화예술교육
(왼쪽)꽃이 되어보는 명상에 집중하는 참여자들 / (오른쪽)성효숙 씨와 함께 명상을 하는 유림

 

2011년에 처음 시작된 ‘약손을 가진 사람들’ 프로그램은 인천지역 여성노동자회에서 파생된 자활공동체 간병네트워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인천은 다른 지역보다 노동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성효숙 씨는 1985년부터 인천에서 노동운동과 예술을 결합한 미술동인 ‘두렁’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전하며, 문화예술교육의 대상을 물색하던 도중 ‘돌봄’에 매력을 느껴 ‘약손을 가진 사람들’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인천지역자활센터협회와 함께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에,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돌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 어떨까’ 생각했고, 지속적인 참여와 사업을 위해 장애인 활동보조인까지 포함하여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로 그 대상을 확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건 상,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이 문화예술을 누린다는 건 정말 힘들더라고요. 일회적으로 대학병원 간호원들하고 수업을 해봤는데, 점심시간 1시간도 함께 하기 힘들었어요. 콜이 오면 금방 들어가야 하죠.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와 노동조건이 많이 열악해요. 이틀에 한번씩 24시간을 근무하고, 일하는 날에 수업이 있으면 장기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워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 다양한 돌봄 노동자로 대상을 확대했어요”

 

그럼에도 작년까지는 “선생님 미안합니다. 오늘 늦게 끝나서요. 다음 시간에 봬요”라는 문자를 더 많이 받을 정도로, 돌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하기가 참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프로그램 시간을 앞당기고, 자신이 돌보는 장애아동들과 함께하는 수업을 진행하자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작년에는 저녁 7시부터 거의 10시까지 수업을 하니까, 참여하시는 분들이 온종일 강도 높은 일을 하고난 뒤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일이라고 하셨죠. 그래서 5시에 장애아동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게 됐어요”

 
 

‘내가 좋아하는 꽃’이 되어보고, 내 상상 속 우주를 그려보는 시간

 

돌봄 노동자 문화예술교육
(왼쪽부터)유림, 이석, 김인자 씨, 서정애 씨의 멋진 작품

 

“처음에는 돌보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 같아 솔직히 귀찮고 피곤했지만, 막상 참여해보니 보조자로서의 나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서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었어요” – 김인자 씨

 

요양보호사인 김인자 씨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약손을 가진 사람들’ 프로그램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업에 참여하기 힘든 환경임에도 일하는 날을 빼거나 동료와 시간을 바꾸면서도 참여할 만큼 열성적이라고 합니다.

 

꽃을 주제로 한 이날 수업에서는 ‘꽃은 예쁘다’ 노래를 부르며 공놀이를 하고, 춤을 추며 흥겨운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꽃이 되어보는 명상 시간을 가졌는데요. 자신의 우주를 표현하는 만다라를 그리는 시간이 되자, 모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우주를 그려 나갔습니다.

 

지원이는 자신의 우주에 게와 물고기를 그리고, 원 바깥에는 친한 친구 준혁이를 그렸습니다. 서정애 씨는 그 귀하다는 금강초롱이 형형색색으로 가득한 우주를 그렸습니다. 물론 나비도 빼놓지 않았지요. 칭찬은 유림이를 웃게 하는지, 어떤 칭찬에도 아주 예쁜 미소로 답하는 유림이는 예쁜 꽃잎들이 가득한 자신만의 우주를 그렸습니다.

 

돌봄 노동자 문화예술교육
(왼쪽)이미라 씨와 방이석 군 / (오른쪽)그림에 집중하고 있는 서정애 씨

 

“저는 이석이 엄마에요. 집에서는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이런 일을 잘 안했죠. 평소에 같이 뭘 해보지 않아서 낯설기도 한데, 좋은 경험이에요” – 이미라 씨

 

이미라 씨는 이석이와 집에 있을 때는 돌보기에만 급급한데,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아이와 함께 즐기면서 부담도 많이 덜었고, 여유도 찾을 수 있어 무척 좋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돌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 동료들, ‘하나의 공동체’ 되기

 

성효숙 씨는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분들이 만나는 아이들과 뭔가를 할 필요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배워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돌봄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수자와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이나 가족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결핍을 공동의 힘으로 해결해야 해요. 즉,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 안에서의 일상적인 보살핌이 중요하며, 이러한 의식을 연대하는 공동의 심리․사회적 지지가 필요합니다” -성효숙 씨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하루 종일 돌봄을 행하는 일, 가끔은 집안일까지 부탁해 당황했던 일, 24시간 요양보호사 근무로 밤을 새우며 치매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는 일…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가진 고충을 ‘약손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나누면서 그들은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돌봄 노동자 문화예술교육
(왼쪽부터)즐겁게 춤을 추는 지원과 유림

 

수업이 끝난 후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기 시작하자, 조용하던 지원이가 ‘다시 만난 세계’라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네요. 노래를 틀어주자 지원이와 유림이는 정말로 행복한 표정과 몸짓으로 춤을 추었습니다. 성효숙 선생님은 “지금까지 한번도 먼저 무엇을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던 지원이가 처음으로 보여준 모습”이라며, ‘약손을 가진 사람들’ 수업을 통해 아이들도 발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느새 서로에게 ‘마음의 약손’이 된 장애인 활동보조인 분들과 장애아동들.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예술의 힘으로 하루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그들의 모습이 살며시 미소를 짓게 합니다.

 

아르떼 사업 소개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협력하여 운영합니다. 본 사업은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과 자원의 특성을 살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3년도부터는 지역별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주관하여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총 400여 개의 사업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목요일 시민문화예술교육 리포터

글 | 시민문화예술교육_김은미 리포터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서로를 길들이듯 사람들의 마음과 소통하고, 문화예술로 일상과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곳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