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

 
이민희 저
팜파스 | 2013.01.31
 
 

노래는 다른 음악과는 다른 면을 갖고 있다. 시와 음악이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음악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은 갖고 있지만, 노래의 경우에는 가사를 통해서 더욱 더 그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그런 까닭에 개인의 뜨거운 사랑고백이 노래로 불리기도 하고,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전설이 노래가 되기도 하며, 노동요와 같은 공동체의 노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한 가혹한 폭정에 대한 민중의 항거가 참요로 불리기도 했다. 조정에서는 패관이라는 관직을 두어 참요를 수집하기까지 했는데, 민심은 천심이라는 유교적 사상을 기반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노래란 민중의 정서를 반영하는 스토리텔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나라 잃은 서러운 신세를 노래한 대중가요들이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며, 군부독재시절에도 민주화 정신을 노래했던 수많은 노래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특별한 사랑을 받은 모든 노래에는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명곡들의 뒤에 숨겨져 있는 반전 스토리를 다룬 책이다. 저자 이민희는 음악 웹진 ‘백비트’의 편집인으로서 음악 전문기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이 시대의 패관이 되어 수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책은 1장 ‘음악, 벽을 넘어 세상과, 그리고 자신과 화해하다’, 2장 ‘음악, 가장 정의롭고 가장 자유로운 저항’, 3장 ‘음악, 아름다운 선율 뒤에 가리어진 섬뜩한 진실’, 4장 ‘음악, 사랑을 유혹하는 멜로디’ 이렇게 총 4장 24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하나의 챕터를 시작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해당 곡을 검색했고, 그 노래들을 감상하면서 해당 챕터를 읽어나갔다. 너무나 많이 알려진 노래들로부터 처음 듣게 된 노래들도 있었고, 때로는 제목은 모르지만 멜로디는 익숙한 노래였는데 깊숙한 사연을 듣게 되어 놀랍기도 했다.

 

불행한 과거와 인생의 고달픔을 희망으로 승화하여 노래함으로써 전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에디뜨 피아프. 그녀는 참혹한 개인적 현실 앞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치지 않았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다 죽었다. 아르헨티나의 군부정권에 맞서다 탄압받아 추방당했던 메르세데스 소사는 참혹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도 한없는 긍정과 낙관을 노래함으로써 전 국민의 어머니와 같은 가수가 되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노래한 이들도 있다. 스콧 매킨지의 ‘San Francisco’는 1960년대 후반 미국을 휩쓴 히피운동의 기원 격이 되었으며, 히피의 대안문화를 상징했고, 더 나아가 온 세계의 전쟁을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반대하고 평화를 일깨우는 노래가 되었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록 밴드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로 손꼽히는 아일랜드 출신의 U2는 세 번째 앨범 ‘WAR’를 통해 정치적 노선을 공식적으로 밝히게 된다. 그 대표적인 노래가 ‘Sunday Bloody Sunday’다.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뿌리 깊은 분쟁 과정에서 벌어졌던 1972년 1월의 아일랜드인 학살사건을 노래했다.

 

“나는 정치적인 노래를 하려는 게 아니다. 현실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정치를 노래하고 싶었을 뿐이다. 잡담하듯 ‘가톨릭교도 열세 명이 영국군 총에 맞아 죽었어’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하려 했던 게 아니다. 나는 질문하고 싶었다. ‘얼마나 더 그래야 해? 얼마나 더 참아야 해? 종종 정치 이야기를 하는 밴드들을 고루하다 말한다. 하지만 진짜 사람이 죽었는데, 전쟁처럼 끔찍한 사건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침묵할 수 있을까?’ – U2 보컬 보노 (p.81)

 

존 레논의 ‘IMAGINE’은 형식적으로는 한없이 감미롭고 따뜻한 노래이지만, 실상 다루고 있는 주제는 반종교, 반민족 반 보수, 반자본 같은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노래는 훗날 영화 <킬링 필드>의 영화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평화를 추구하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기행과 실험은 존 레논이 저격당함으로써 끝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존 레논의 ‘IMAGINE’은 우리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랑을 노래한 음악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사랑 앞에서는 돈도 명예도 다 부질없다며 현해탄을 건너던 배 위에서 애인과 투신한 윤심덕의 ‘사의 찬미’에 얽힌 이야기에서도 충격적인 반전에 해당하는 뒷이야기가 소개된다. ‘연가’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민요 ‘Pokarekare Ana’에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지만, 여기에도 낭만을 으깨버리는 충격 반전이 있다. 고전시가인 백수광부의 처의 노래를 현대화한 이상은의 ‘공무도하가’, 에릭 클랩튼이 조지해리슨의 아내를 사랑한 이야기를 담은 ‘레일라’, 국내에서는 심수봉 씨가 불러서 더 많이 알려진 알라 푸가체바의 ‘백만 송이 장미’, 대만가수 등려군의 <첨밀밀>에 얽힌 이야기까지.

 

가수는 노래한다. 일반인이라면 그저 숨기고 싶은 삶의 고통도 사랑의 슬픔도 인생의 처절함도 모두 무대에서 대중을 향하여 꺼내 놓는다. 자신의 내면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 불편한 진실들이 너무 많은 세상을 침묵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순수한 영혼들. 오직 인간애를 기반으로 하는 순수한 예술혼으로 부르는 그들의 노래가 대중을 위로하며,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그들이 사랑받아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글 ㅣ 공병훈(출판인,교수)

“창조적 공유지를 꿈꿉니다.”